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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민정책

2021년을 정점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무엇보다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심화로 해마다 30만명 이상의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상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제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향후 20년 동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정해진 미래다. 이런 상황에서 축소사회 대응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이민정책은 노동력을 확보하는 목적에는 효과적이지만 대량 이민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하지 않는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앞으로 이민정책을 본격화한다면 한국은 어떤 외국인을 받아들일까? 가장 현실적인 전망은 한국인이 꺼리고 노동 공급이 부족한 업종부터 이민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대표적인 사례다. 급증하는 아동·노인 돌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취업비자나 이민을 통해 외국인 돌봄종사자를 받아들이면 돌봄 수급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효과를 거두려면 더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돌봄노동시장에 외국인 노동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 가뜩이나 낮은 임금을 더 낮출 것이다. 국내 임금이 낮더라도 모국의 임금보다 높다면 외국인 돌봄종사자는 한국에 머물겠지만 기존의 내국인 돌봄종사자들은 처우가 더 낮아지면서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거나 임금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러면 외국인으로 돌봄 공급을 모두 채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안정적인 외국인 돌봄종사자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수급불균형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인구가 한국의 10~15% 수준인 싱가포르와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성공사례를 한국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국가발전을 위해 전문직종에 대한 이민 개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직 이민을 개방하면 외국 인재가 한국을 선택할 것이란 예상은 오산이다. 전문직 외국인은 자국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 이민이 매력이 되려면 기존보다 더 높은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 단순히 임금의 문제는 아니며 주거, 자녀교육, 환경 등 포괄적인 거주여건의 문제다. 또 전문직 이민에 따른 노동 공급 증가로 임금과 소득 하락이 예상된다면 기존 내국인 전문직 종사자들과 전문직을 준비하는 집단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격 기반 전문직의 경우 엄격한 자격요건 규제로 외국인의 진입 문턱이 높은 것도 이민 개방 전에 풀어야 할 숙제다.

19세기 이후 미국,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여러 국가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국가 경제발전을 도모해왔지만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 파급 효과와 내국인 근로자 보호 문제, 내·외국인 갈등과 이민자의 사회통합 문제 등 여러 난제에 직면하면서 이민으로 인한 편익보다 비용이 큰 경우도 많았다. 그런 까닭에 포용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다가도 문제점이 드러나면 이민을 규제하는 등 정책의 부침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요즘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민정책밖에는 답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민정책의 실효성, 편익과 비용, 사회적 합의 가능성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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