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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조용필 ‘데뷔 55주년’ 공연의 의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 조용필이 13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열었다. 데뷔 55주년의 저력이 그대로 묻어난 공연이었다.

우리가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이 1976년 발표된 ‘돌아와요 부산항에’이다. 68년 데뷔부터 1976년까지를 철저한 준비기간이라고 한다면, 그 이후 47년이라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며, 대중과 소통해왔다. 발표하는 음반 사이의 기간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완벽하게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조용필은 음반과 공연에 최대치를 쏟아붙는다. 공연에서도 첨단장비를 활용한 것은 조용필이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초대규모 스케일의 공연을 꾸미는 것은 팬의 사랑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있다. 그래서 티켓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연중 멘트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조용필은 자신의 음악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셋리스트로 이번 무대를 꾸몄다. 앵콜 2곡을 포함해 총 25곡으로 구성했다.

오프닝곡 ‘그대여’와 여전히 세련된 느낌이 나는 1979년작 ‘창밖의 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못찾겠다 꾀꼬리’, ’비련’, ‘친구여’,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꿈’ 등 추억의 명곡들과 ‘바운스(Bounce)’, ‘찰나’, ‘세렝게티처럼’ 그리고 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등 최근곡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포함됐다.

종반에는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킬리만자로의 표범’ ‘Bounce’ 등 비교적 리드미컬한 곡들을 준비해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조용필 공연도 몇가지 느낌을 가지게 했다. 음악적 스펙트럼이 조용필만큼 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락, 트로트, 발라드, 펑크, 퓨전재즈, 가곡, 민요, 동요 등 걸치지 않는 장르가 없다. 락 중에서도 하드록부터, 프로그레시브 락, 얼터너티브 락, 사이키델릭 락 등 디테일한 영역으로 들어간다.

가수의 공연은 보컬리스트의 가창에 쏠리게 돼있지만, 조용필 공연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엄청난 세션들의 다채로운 사운드에도 주목하게 한다. 조용필 자신이 기타리스트라는 세션 출신이기도 하지만 그의 무대는 항상 사운드의 다양함과 풍성함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번 공연은 특히 조용필의 완숙함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었다. 힘을 줘야 할 때와 힘을 빼야 할 때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앵콜 첫번째 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를 때, 그의 완급조절은 원숙의 경지임이 느껴졌다. 진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올해 발매될 20집 선공개곡 ‘찰나’는 70대의 뮤지션이 이렇게 트렌디한 락을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조용필 자신은 거의 부른 적이 없다는 ‘잊혀진 사랑’은 “여러분의 곡”이라고 했고, 88서울올림픽 개막식 모습이 담긴 ‘서울 서울 서울’을 부를 때는 “1988년 이 자리 무대에서 공개됐다”고 했다.

조용필은 나이가 55살이라고 했다. 아직은 괜찮다고 했다. 만 73세의 노장이 55살이라 하니 그렇게 믿으면 그만이다. 여전히 건강하고 생동감 있으며, 거기에 감동까지 주는 무대였다. 조용필의 이날 공연은 가수는 나이에 상관없이 노래를 부를 때 기장 멋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또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날 공연은 ‘야광봉’을 전 관객에게 무료로 배포해 아이돌 공연처럼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한 중앙 제어 시스템을 통해 객석과 무대가 하나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또 하나, 이날 공연은 우중(雨中) 콘서트가 아니어서 좋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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