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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주차장 참사 원인 '소하천' 빠진 환경부 홍수대책 [김용훈의 먹고사니즘]

2022년 9월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지난해 9월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경북 포항에 시간당 최대 110.5㎜의 폭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포항시 남구 인덕동에 있는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고,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포함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는 오천읍 일대를 지나는 냉천이라는 ‘소하천’이 범람한 데서 비롯됐다.

환경부, AI예보 도입 "홍수정보 알기 쉽게"

최근 기상이변이 심상찮습니다. 얼마 전까지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반도가 이젠 ‘홍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엘니뇨가 일찍 발달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와 9월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지난 9일 ‘선제적·체계적인 홍수피해 방지대책’을 발표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여름철 자연재난대책기간 홍수대책 수립·추진과 방지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직접 연단에 올라 발표한 홍수피해 방지대책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째는 신속·정확한 홍수예보입니다. 과거 홍수 시 강우-수위 관계자료를 학습해 별도의 수문분석 없이 기상예측자료를 토대로 신속하게 수위를 예측하는 AI 홍수예보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도입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또, 도시침수예보를 서울 도림천 유역에 시범운영키로 했습니다. 지금껏 ‘관심·주의’ 등으로 제공하던 홍수정보를 ‘둔치 주차장 침수’처럼 구체화하겠다는 것과 오는 2024년까지 500년 빈도와 기왕 최대홍수령 기준을 포함한 지도제작도 조기 완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연간 1000억원이던 하수도 예산을 올해 1541억원으로 늘리고, 하천 정비 예산도 3500억원에서 4510억원으로 늘려 홍수방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과, 오는 2~3월 국가하천 홍수위험요인을 조사해 4월 중 홍수취약지구 390개소를 지정하고 주민 대피와 응급복구계획 수립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정책도 있습니다.

국지성 집중호우, 한 해 평균 2.4번→5.7번 '두 배'↑

정부가 선제적으로 홍수피해를 막겠다고 나섰지만, 못 미더운 건 왜일까요.

최근 들어 늘어난 국지성 집중호우는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폭우를 말합니다. 일반 장마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좁고 짙은 비구름이 특정 지역에 양동이로 퍼붓듯이 많은 비를 불러오는 상황, 다들 경험해보셨죠. 지난해 강남역 네거리가 물에 잠기고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가 발생한 것은 양재천과 냉천이 국지성 집중호우를 오롯이 받아내지 못한 탓입니다.

2022년 8월 8일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

그런데, 기상이변 탓에 국지성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1973년부터 50년 동안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한 빈도를 보니, 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이었던 날이 열흘 이상이던 해는 1985년과 1998년, 2008년, 2012년, 2017년, 2020년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해 평균 4.7번 정도입니다. 10년 주기로 끊어보면, 1973년~1982년은 한 해 평균 2.4번이었지만 2013년부터 최근까지는 5.7번으로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 집중 호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당연히 ‘소하천’ 범람에 대비하는 내용이 담겨야겠죠.

소하천 대책 없는 환경부 대책, 정답 비켜간 차선책

하지만 환경부 대책엔 소하천 범람에 대한 대응 정책은 없습니다.

소하천에 대한 관리는 환경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하천은 우리나라 전체 하천의 64.9%에 달합니다. 하지만 환경부 소관의 ‘하천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6월 ‘물관리 3법’ 재·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 ‘수량’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물관리 일원화’를 이뤄냈습니다만, 소하천은 여전히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천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그래서입니다. 최근에는 국회입법조사처도 작년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원화 돼 있는 하천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간접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2022년 8월 5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용연계곡 한천의 물이 크게 불어나 있다. 한천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연합]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환경부가 관리하는 국가·지방하천 정비율은 93.2%인 반면 행정안전부 소관인 소하천 정비율은 45.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환경부가 마련하겠다는 AI 홍수예보도 소하천 범람에는 속수무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홍수예보는 그간의 강우-수위 관계자료를 학습해 예측의 신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하천은 학습을 위한 수위와 유량 등 기초자료가 없습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국가·지방하천은 수위관측소 820개, 유량관측소 572개, 초음파를 이용한 자동유량관측소 61개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소하천 수문조사시설은 수위·유량관측소 10개가 전부인 탓에 ‘수문조사연보’나 ‘하천일람보고서’ 같은 별도의 통계자료가 조사·발표되지 않기 때문이죠.

반쪽짜리 '물관리일원화'...인명피해 뇌관 소하천 방치

환경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행안부와의 조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는 그다지 커 보이진 않습니다. 국회에는 소하천 관리 책임을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법이 발의됐지만,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은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천법’에 따라 관리되는 73개 국가하천과 3768개 지방하천에 들어가는 예산은 4500억원 가량입니다. 이에 비해 소하천을 관리대상으로 포함하면 현재의 2배가 넘는 ‘조 단위’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되풀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명 피해의 원인을 모른 척 한다면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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