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의 지난해 직원수가 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 절반이 석·박사이다. 갈수록 대규모 고급 인력 자원을 확보하는 TSMC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급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우수 인력들이 의대로 쏠리면서 고급 연구자들을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10일 TSMC가 발표한 2022년 연간 보고서를 보면, TSMC의 지난해 말 기준 인력은 7만3090명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이보다 소폭 증가한 7만3319명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말에는 6만5152명이었으나, 1년만에 7938명이 증가한 것이다.
전체 인력 중 석박사 비중은 꾸준히 50% 수준을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만3090명 중 석사가 47.2%, 박사는 3.8%이었다. 전체 직원의 51%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예년부터 이어져오던 것이다. 2021년에도 TSMC 내 석사는 47.3%, 박사는 4.1% 비중이다.
연구 연령대도 젊다. 지난해 기준 TSMC의 평균 연령은 35.7세로 집계됐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메모리 사업을 선도하는 삼성과 비교할 때, TSMC의 인력 확장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총 인력은 7만1006명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의 수가 포함돼 있다. 업계에선 이 중 파운드리 인력이 2만~2만5000명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SMC의 파운드리 인력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란 평가다.
TSMC 반도체 제조 공정 이미지[TSMC 제공] |
삼성 등 국내 파운드리 산업의 인력 육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실제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 차이만큼 인력 수에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진행된 반도체 관련 한 토론회에서 “TSMC가 삼성 파운드리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3배 가량 높은데 그 정도 차이만큼 인력 수에도 차이가 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TSMC의 시장 지배력을 뺏어오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인력 확보가 삼성에게도 절실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15.8%, 58.5%로 42.7%포인트 차이가 난다.
특히 50%에 이르는 TSMC의 석박사 인력 확보는 무서울 정도라는 평가다. 이에 반해 국내 반도체 고급 연구 인력 수는 턱없이 부족하단 평가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에 따르면 전국 반도체 연구 교수는 400∼500명에 불과하며, 서울대 공대만 따져도 교수 약 330명 중에 반도체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교수는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교육의 ‘의대 쏠림’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실제 2023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 등 4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등록 포기율은 모집인원 대비 155.3%인 것으로 집계됐다. 합격자가 모두 등록을 포기하고 추가로 절반이 더 등록을 안 했다는 뜻이다. 교육계에서는 이 인원이 의대를 중심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말 교육부 관계자는 2024학년도 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의대를 제외한 학과로 우수한 인재가 갈 수 있는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이를 다룰 석·박사급 핵심인력이 필요한데, 석·박사를 지도할 교수가 부족해 반도체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며 “과거부터 반도체 관련 연구비 등 지원이 제대로 안 돼 많은 교수가 다른 연구 분야로 발길을 돌렸고,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 고급 인력을 키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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