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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통제해도 반도체 장비회사 돈 버네”…삼성·SK 위한 해법 나올까 [비즈360]
ASML·램리서치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중국 매출 상승 전망 잇따라
한국 기업만 중국 수출 통제로 고전…윤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서 해법 나올까

ASML의 반도체 장비(왼쪽)와 램리서치의 연구개발(R&D) 연구 모습[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과 램리서치의 올해 중국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공식 전망이 나왔다.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는 통제되지만 구형(성숙 공정) 반도체 장비 중심으로 중국 기업 대상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서 중국 기업과 달리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한국 기업들만 수출 통제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에서 꼬여버린 중국 반도체 생산과 관련 진전된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2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노광장비 기업 ASML과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식각·증착 기업 램리서치는 “올해 중국이 예상보다 업계의 더 큰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고 있다.

[123RF]

ASML과 램리서치는 중국 고객사들이 보다 자급자족적 생산 체제를 추구하는 상황 속에서 전기차(EV), 개인용 컴퓨터 등 제품에 들어가는 칩을 위한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칩은 상대적으로 첨단 생산 공정 노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성숙(레거시) 공정을 사용하는 칩 생산을 위한 장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춘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매출이 예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ASML은 최근 약 390억유로(약 56조원)의 수주 잔고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약 2년 간의 장비 출하량에 해당한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성숙 공정 칩을 만드는 중국 고객사가 해당 주문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중국 칩 제조업체들이 내연 차량보다 더 많은 칩을 필요로 하는 EV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칩에는 ASML의 최첨단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관련 칩 공정에 대한 성장세가 중국 기업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램리서치의 경우 중국 신규 고객사로부터 약 5억달러(약 6600억원)의 선불 현금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본토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의 통제는 첨단 기술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에 장비를 파는 글로벌 장비 회사들의 실적이 양호해지고, 중국 기업들의 성숙공정 칩 생산 여력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 성숙 공정보다는 첨단 메모리 공정에 집중하는 한국 기업들은 제조 제한 조치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발표했다. 추가로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 중이다.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6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직) 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작년 10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에서 대량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 중국시안1·2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1·2라인에서 생산한 제품은 SK하이닉스 D램 물량의 48%를 차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캡처]

중국 시장에서의 첨단 칩 생산 제한이 자칫하면 글로벌 선두인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 대한)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제를 올 여름 이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수출통제 대상에는 ASML의 ‘첨단(most advanced)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 장비보다 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2019년 이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칩 제작에 필요한 장비들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말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행정명령은 미 기업이 중국의 첨단 기술 업체에 새로 투자하려면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관련 첨단 기술 투자를 금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민간 자본의 대중국 투자를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을 위한 해법이 이번 윤 대통령 국빈 방문에서 도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반도체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번 방미가 성과가 있어야겠지만, 최근의 정세를 보면 정부를 중심으로 한 진전된 경제안보 해법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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