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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부처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세종백블]
정부세종청사 11-1동 고용노동부에 설치된 '얼굴인식 시스템' [사진=김용훈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앙정부청사를 오가는 이들은 건물 내부로 진입할 때 더 이상 ‘출입카드’를 꺼내지 않는다. 4월 3일부터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가 중앙부처 청사 출입을 할 때 ‘얼굴인식 시스템’만으로 출입이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반응은 엇갈리지만 대부분 ‘편리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그간 깜박 잊고 출입카드를 두고 올 경우 건물 내부 출입에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얼굴이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뿔난 공무원들 "얼굴은 ‘민감정보’…행안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는 지난 10일 “일방적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한 행정안전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중앙부처 얼굴인식 시스템 강제 도입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행안부 청사관리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중앙부처 청사 출입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며 “더구나 당사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함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굴인식에 사용되는 신체정보는 ‘민감정보’로 개인정보 중에서도 처리가 엄격히 제한된 정보이며,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민감정보는 법령에서 처리를 요구하거나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그 처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게 이들이 청사관리본부를 규탄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 1월 12일 국가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로 인한 인권침해에 적극 대응 필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인권위는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입법 조치 마련 등 의견표명 및 권고’를 통해 “얼굴인식 기술은 인공지능에 기반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개인을 식별·분류하고 판단하는 데 이용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런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입법 내용은 모두 3가지다.

인권위, 한 총리에 “기본권 침해 예방 입법 전까지 중단" 권고

첫 번째는 국가에 의한 얼굴인식 기술 도입·활용에 있어 인권 존중의 원칙을 반영하고 무분별한 도입과 활용을 제한하며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이를 예외적·보충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얼굴인식 기술 도입·활용은 반드시 개별·구체적 법률 근거를 요하도록 해야한다고 봤다.

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침해 위험성이 매우 높으므로 국가에 의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도입·활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얼굴인식 기술의 도입·활용에 있어 사용되는 데이터의 양, 영향을 받는 정보주체의 수 등을 고려해 개발 및 활용 전이나 활용 중인 경우라도 목적이나 내용에 중대한 변경이 있는 때에는 인권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인권영향평가는 인권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기관이 담당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한덕수 총리에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인권침해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모라토리엄)를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UN도 “얼굴인식기술 위험성 강한 우려…중지하라” 권고

공공장소에서 얼국인식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은 어떨까. UN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지난 2020년 내놓은 ‘일반논평 제37호: 제21조 평화적 집회의 권리’ 제61항은 “(집회에서) 당국에 의한 관련 정보 및 자료 수집이 권리의 억압 또는 위축 효과를 발생시켜서는 안 되며, (중략) 이러한 관행은 적절하고 공개적으로 접근가능한 국내법적 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논평 제62항은 “예를 들어 얼굴인식 시스템과 군중 속에서 개별 참여자를 식별할 수 있는 기타 기술 등을 통해 사생활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며 공공장소에서 국가에 의한 얼굴인식 기술 사용으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UN 인권최고대표는 유엔 총회에 보고한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권’(A/HRC/48/31)에서, 특히 ‘실시간 원격(real-time remote) 얼굴인식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은 특정인의 얼굴 정보 등 생체인식정보를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원거리에서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국가에 의해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권리 등 기본권 행사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 탓에 UN 인권최고대표도 충분한 보호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을 중지(모라토리엄)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기도 했다.

청사관리소 “청사는 ‘가급 보안시설’, 공공장소 아냐”

다만 청사관리소는 인권위가 언급한 사생활 침해 권고는 이번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인권위가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공공장소는 지하철이나 터미널, 도로 위 CCTV 등을 의미하는 반면 청사는 ‘가급’ 보안시설로 일반적인 공공장소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올해 1월 국가인권위에서 사용중지 권고를 하면서 그에 대해 검토한 결과 사안이 다르다고 판단했다”며 “청사는 가급 보안시설로 보안성이 우선이며 목적성이 분명하고 청사출입보안지침 제26조라는 법적 근거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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