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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반의 증시’ 활활...안전자산 채권도 동반 강세
금융당국 조기진화로 증시 반전
美 국채 강세는 ‘위기 잠복’ 시사
그래픽디자인=조경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의 청산이 SVB로 이어진 뒤 곧바로 유럽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매각으로 번지자 금융권의 시스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미국·유럽 정부·중앙은행·금융회사가 신속 대응에 나서면서 추가 도산은 발생되지 않았고 시장의 심리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종전의 긴축기조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SVB 사태가 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이 원인이 돼 발생했기에 연준이 많아야 한 번 정도 금리를 소폭 올린 뒤 연내 금리 인하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유동성에 큰 영향을 받는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은 환호했지만, 언제 또 리스크가 확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금 수요를 자극했다. 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 시장 역시 강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SVB 사태 후 국내외 자산시장은 이례적으로 위험자산(주식·가상자산)과 안전자산(채권·금)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화환경 변화에 따라 고수익의 과실을 따먹기 위한 탐욕의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동시에 금융위기·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벌어진 후 한 달간은 ‘더 나쁜 것이 더 낫다(Worse is Better)’는 논리가 증시를 지배했다. 은행발(發)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증시에 주입되며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2차전지주(株)의 강세 속에 업황 ‘바닥론’에 따른 반등 기대감에 우상향 곡선을 탄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다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와 잠복된 금융권 위기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512.08포인트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던 2500포인트 선을 돌파했다. 작년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900포인트 선에 근접한 887.7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SVB가 파산을 선언했던 10일 이후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4.91%가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는 무려 12.58%나 올랐다.

SVB 사태 직후만 해도 연이어 터진 미국 지방은행 위기와 크레디트스위스(CS) 몰락, 도이체방크(DB) 유동성 문제 등이 겹치며 증시는 매일 같이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주요국 금융당국의 효과적인 조기 진화로 진정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점도표 공개를 통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사는 증시 분위기를 급반전시켰다.

급등락을 거듭한 금융주의 불안 속에서도 한 달간 미국 3대 지수의 상승세 역시 뚜렷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41% 상승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49%나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에 시장금리 인하 조치가 선행했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다”며 “나스닥 지수의 급등세는 국내 증시 강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를 맨 앞에서 이끈 섹터는 2차전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각각 51.08%·134.04% 올랐고, 코스피에선 전체 시총 2·5위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각각 8.17%, 6.08% 상승했다.

‘박스피’를 뚫어낸 데는 반도체주의 힘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19.7%를 차지하는 ‘1위’ 삼성전자와 3.1%인 ‘3위’ SK하이닉스가 최근 한 달간 각각 10.42%, 8.88%나 올랐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개선을 기대하며 대규모 매수에 나선 외국인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지난 7일 외국인은 6951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전날도 7400억원 넘게 매수 우위를 보였다.

상반기 증시 흐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엔 증시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겠지만, 상반기 중엔 박스권을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이 상당히 비싼 상황이지만 하락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며 “다만, 반도체를 비롯해 1분기 호실적이 예고된 자동차 등 대형주 등 2~3개 섹터 주가가 동반 상승할 경우 전체 증시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험자산’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미국 국채 가격도 지난 한 달간 높아졌다. 10년 만기 미국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10일 3.695%에서 전날 3.4149%로 0.2801%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SVB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강화와 미 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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