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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원전생태계 마중물’ 신한울 3·4호기 계약 의미

“원자력공장을 둘러보는 데에 소요된 시간만 두 시간여. 2만9586㎡(약 8950평) 면적에 총 3개 작업장(bay)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감에 작업장이 모자라 원자력공장은 증축 중이었다. 2012년까지 국내에서만 총 6개 발전소, 12개 발전기가 더 생산돼야 한다. 두산 창원공장은 향후 2년 주기로 수주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래전 모 언론사에서 경남 창원 원자력공장을 방문한 뒤 보도한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 물량이 넘쳐 숨 가쁘게 달렸던 때가 있었다.

긴 겨울을 지나 새봄을 맞는 지금, 원자력업계도 수년간의 겨울잠을 깨고 일어나고 있다. 예전 기사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감’을 위해 행복한 준비를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신규 원전 건설 재개에 나서는 한수원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원전산업 생태계 정상화를 위해 거의 매달 현장을 뛰어다니며 중견·중소 업체와 소통하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해준 정부 부처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분께 업계를 대신해 감사드린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 체결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 체결은 메마른 땅을 적시는 비처럼 원전생태계 복원의 계기가 된다. 이번 계약 체결로 원전업체에 더욱 빠른 일정으로 일감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한 해만 중소 원전업체들에 2100억원 상당의 일감을 발주할 예정이다. 앞으로 국내 460여개 중소 원전업체의 크고 작은 공장이 힘차게 돌아갈 것이다.

둘째, 해외 원전 수출을 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 해외 고객으로부터 장기간 제작 중단에 따른 제작역량 유지에 대해 의문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현장의 우리 기술명장들은 모형을 용접하며 손끝 기술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이제 본격 주기기 제작에 착수하게 되니 제작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해외 고객사들의 의구심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다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가까이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넓게는 기후 변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것은 원전의 기본 덕목일 것이다.

이렇듯 신한울 3·4 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고 남다르다.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많은 기업은 신한울 3·4 호기 주기기 공급을 계기로 해외에 우리 원전 모델을 수출하고,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SMR(소형모듈원자로)시장에서도 사업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해외 원전과 SMR 기자재 수주를 통해 확보될 원전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한다. 그에 앞선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우리나라 원전산업에 충분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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