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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이여, 나에게 오라”…베르디 오페라의 전환점 ‘맥베스’
국립오페라단, 오는 27~30일 예술의전당
‘맥베스’의 운명론…붉은 실ㆍ핏빛 의상 표현
국립오페라단 ‘맥베스’의 의상 디자이너 주세페 파벨라(가운데)와 지휘 이브 아벨(오른쪽), 연출 파비오 체레(오른쪽 뒤) [국립오페라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삶은 우연에 가까울까요, 운명에 가까울까요. ‘멕베스’는 삶은 운명이라고 이야기 해요.” (파비오 체레사 연출가)

베르디의 오페라 걸작 중 “유일하게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 작품”으로 분류되는 ‘맥베스’(27~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온다.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비바 베르디! 비바 오페라!’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맥베스’의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는 “‘맥베스’는 베르디의 작품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초자연적인 세계를 다룬 오페라”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반란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맥베스가 세 명의 마녀를 만나 자신이 왕이 된다는 예언을 들으면서 시작된다. 세 마녀는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야기해주는 존재다. 예언을 전해 들은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권력욕을 자극해 왕좌에 앉게 한다. 운명의 소용돌이가 시작된다. 왕을 시해한 자리에 앉은 맥베스는 자신이 죽인 이들의 망령에 시달리며 파국으로 걸어간다.

“등장하는 인물마다 운명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요. 맥베스 부인은 운명에게 빨리 오라고 요구한다면, 맥베스는 운명이 찾아올 때까지 가다리죠. 신화에선 ‘한 시람의 삶은 가느다란 실로 연결돼 있다’고 이야기해요. 무대에서도 이들의 운명을 붉은 실로 보여줍니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붉은 실이 탁 끊어지며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해요.” (파비오 체레사)

국립오페라단 ‘맥베스’의 의상 [국립오페라단 제공]

운명의 ‘붉은 실’은 의상으로도 반영됐다. 의상 디자이너 주세페 파벨라는 “인물 사이의 감정의 교류와 혼란을 의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막이 진행될수록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의상은 흰색에서 붉은빛으로 바뀐다. 파벨라는 “인물들의 의상을 통해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야욕을 뜻하는 황금색이 점차 가득 차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작품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상징적 메시지는 무대 미술로 표현된다. 무대 디자이너 타치아노 산티는 “호로스의 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눈 모양의 터널”을 무대로 옮겼다. 그는 “눈은 우리의 삶은 늘 감시하고 바라보는 존재다. 터널을 통해 우리의 운명을 보여줄 것”이라며 “터널 안으로 우리의 삶은 흘러가고, 죽음을 맞이할 때 눈의 역할을 끝이 난다는 상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맥베스’ [국립오페라단 제공]

상징적인 연출, 감각적인 의상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운명론’을 풀어내는 것은 베르디의 음악이다. 셰익스피어는 베르디가 어린시절부터 심취한 작가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머리맡에 두고 반복해 읽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휘를 맡은 이브 아벨은 “셰익스피어를 향한 베르디의 깊은 사랑은 오페라의 음악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며 “베르디는 ‘맥베스’를 자신이 쓴 음악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봤다”고 말했다.

베르디는 ‘멕베스’를 쓰면서 “모든 극적인 상상력을 동원”(이브 아벨)했다. 이 작품은 베르디가 새로운 오페라를 쓰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피아니시모로 노래하다 그와는 대비되는 폭발적 장면을 연출하고, 화산 같은 극적인 힘을 가지고 노래하다 낮은 소리로 전환하는 새로운 노래 스타일을 만들어냈어요. 합창단도 비음을 많이 쓰고,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어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죠. 그렇기에 성악가들에겐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에요.” (이브 아벨)

국립오페라단의 이 작품엔 맥베스 역으로 ‘베르디 바리톤’의 어둠침침한 매력을 살려줄 바리톤 양준모, 이승왕이 캐스팅됐다. 맥베스 부인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에리카 그리말디, 맥베스의 친구 방코 역에 베이스 박종민 박준혁, 맥베스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하는 막두프 역에 테너 정의근 윤병길이 출연한다. ‘맥베스’로 시작하는 올해 국립오페라단 ‘비바! 베르디’ 시리즈는 6월 22∼25일 ‘일 트로바토레’, 9월 21∼24일 ‘라 트라비아타’, 11월 30일∼12월 3일 ‘나부코’로 이어진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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