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에서 “사랑하는 의원님”…사석서도 평가 삼가
선거운동은 양보 없어…‘누가되든 친윤’에 추대론까지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에 나선 김학용(왼쪽) 의원과 윤재옥 의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이례적일 정도로 조용한 선거다.” 레이스에 돌입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지켜보는 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달리 네거티브를 찾아볼 수 없어 ‘모범적 선거’라는 평가부터,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선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누가 되든 ‘친윤 원내대표’로 귀결돼 흥행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선거마다 등장하는 네거티브가 사라진 배경으로는 양강 구도인 김학용(4선·경기 안성시) 의원, 윤재옥(3선·대구 달서구을) 의원의 관계성이 거론된다.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는 데다 오랜 시간 쌓은 동갑내기 인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달라진 분위기에 투표권을 가진 동료 의원들도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김·윤 의원은 1961년생 동갑내기라는 것을 제외하면 지역구나 계파에서 특별한 접점이 없다. 김 의원은 안성시에서 4선을 한 국민의힘에서 찾아보기 드문 수도권 중진 중 한 명이다. 18~20대 총선 내리 3선을 한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석패했으나, 이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4선에 성공했다.
윤 의원은 19대 총선 새누리당에서 대구 달서구을 공천받으며 정계 입문했다. 경찰대 1기로 최초의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총 12석이 있는 대구에서 주호영(5선)·김상훈(3선) 의원과 함께 몇 안 되는 3선 중진이다.
계파를 보면 김 의원은 과거 김무성계로 분류된다. 한나라당 시절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으로 정계 입문했다. 윤 의원은 과거 친박계로 분류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의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고, 윤 의원은 대선 기간 선대본부 상황실장으로 활약했다.
이런 두 의원의 인연은 동갑내기 정치인들이 모인 ‘소띠 모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뿐 아니라 지자체장 등 원외 인사들도 함께 하는 오래된 모임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모임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원내대표 후보군에 거론됐으나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태호 의원,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박대출 의원도 모임 멤버다.
이에 선거를 앞두고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상대 후보를 향한 거친 언사나 비방이 사라졌다.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지라시’도 없다. 두 의원은 사석에서도 상대에 대한 평가를 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 관계자는 “사실상 네거티브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선거”라고 말했다.
공개석상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의원입법 규제관리’를 주제로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윤재옥 의원실 주관 토론회에서다. 현장에는 김 의원도 참석했는데, 윤 의원은 개회사에서 “김학용 의원님과 제가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합니다만, 누가 되든 간에 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제안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 의원은 “사랑하는 윤재옥이 되건, 김학용이 되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양보 없는’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원내대표 출마 결심을 하고 일찍이 선거운동에 나선 김 의원은 최근 토론회 등 동료 의원들의 행사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3·8전당대회 직후 본격적으로 동료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양강 구도는 ‘수도권 원내대표론’과 ‘대구·경북(TK) 원내대표론’의 경쟁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40%를 차지하는 수도권 승리를 이끌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김 의원에게 유리한 반면, 당 3역(당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중 TK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없다는 ‘홀대론’은 윤 의원에게 유리하다.
당 내에서는 지역구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직표 동원이 가능한 당원 대상의 전당대회와 달리, 온전히 동료 의원들의 표심에 좌우되는 원내대표 선거 특성 때문이다. 입당 8개월차에 출마를 선언한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얻었던 지난해 9월 원내대표 선거가 최근 사례다. 친윤계 지지를 받는 주호영 의원이 최종 선출됐지만, 이 의원을 향한 약 40%의 표를 놓고 당 내에서 해석이 분분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경력이 오래된 분들인데 지방 의원이라고 해서 수도권 정서를 모르겠느냐. 수도권 대 TK의 대결이란 구도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는 “(두 의원의) 의정활동 기간이 오래돼 마음의 빚을 주고받은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단순히 지역구도를 생각하고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는 의원들은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하며 마주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지 후보가 있더라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정해둔 사람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두 의원 모두 친윤계라는 점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누가 되든 친윤 원내대표”라며 “친윤 중진들 간 대결에서 패할 경우 입을 타격이 적지 않다보니 추대론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이르면 내주 초 출마 선언에 나설 예정이다. 출마를 고심 중인 윤상현(4선·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의 입장 표명도 관심사다. 원내대표 후보 등록은 4월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며, 선거는 7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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