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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식장 줄폐업에 예비부부 교회 ‘노크’
인구감소 여파 작년 33곳 폐업
동네편중 강남구에만 30% 몰려
비용부담 ‘셀프 스드메’도 늘어

“겨울까지 결혼식 예약이 다 찼어요.” 예식장이 아니다. ‘교회’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 강서구 소재 A 교회 관계자는 “봄이나 가을에 주로 예약이 몰렸는데 올해는 시즌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교회에 다니던 교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측에선 대관료가 무료인 데다 식대 역시 출장뷔페를 이용해 일반 예식장보다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예식 비용이 부쩍 늘어났다는 호소가 나오는 가운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교회, 성당을 찾거나 각종 이벤트를 줄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혼 인구 감소로 예식장이 줄 폐업하면서 시설을 고급화한 고가 예식장들만 살아 남은 탓이다.

교회는 대개 대관료를 받지않거나, 일반 예식장 대비 저렴한 경우가 많다. 예비 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아 매년 추첨까지 진행하는 서울 종로구 명동성당 대관료는 500만원이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B 교회 관계자 역시 “예년과 달리 최근 들어 부쩍 예식 문의가 늘었다”며 “원래는 교인인지 여부로 제한을 두진 않았는데 이제는 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셀프’로 진행해 비용을 낮추는 이들도 있다. 최근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모(28)씨는 웨딩 플래너 없이 결혼 준비를 마쳤다. 직접 스튜디오를 찾아 결혼식 사진을 찍고, 사진을 넣을 액자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맞췄다. 프리랜서 사진사로 활동하는 최모(32)씨는 “원래 일반인들의 프로필 사진을 주로 찍어줬는데 최근 예비부부들의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며 “비용도 절감하면서, 규격화된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31)씨는 결혼 이벤트를 추리고 있다. 결혼 반지, 결혼식 DVD 촬영 등은 생략하거나 비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대관료 600만원, 식대 6만9000원인 예식장을 예약해 이미 부담이 큰 탓이다. 계약한 하객 인원 250명으로 계산하면 이미 결혼비용으로 2000만원을 넘게 지출한 상황이다.

김씨는 “대관료 800만원, 식대 7만원을 부르는 곳들이 많아 겨우 찾아서 예약한 것”이라며 “서울보단 가격대가 낮은 편인 수원, 용인 등 수도권에서 식을 치르는 것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이처럼 예식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인구 감소 추세에 예식장은 줄고, 예식 비용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예식업은 ‘답이 안 나오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이제 서울 시내에는 단독건물 예식장이 한 곳도 없다”며 “소규모로 하면서도 시설을 고급화해 예식비, 식사비 매출을 한번에 올릴 수 있는 고급화 매장들만 살아남는 추세라 강북구 등에서 ‘동네 장사’를 하던 곳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식업계의 ‘동네 편중’ 현상은 뚜렷하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예식장은 전년 대비 33곳 줄어든 750곳이다. 서울 소재 예식장은 142곳인데, 자치구별 상황을 들여다보면 강남구에만 44곳(30.9%)이 몰려있는 반면 강북구엔 한 곳도 없다. 강남구에는 고급예식장들이 몰려 있다. 이밖에도 도봉구, 중랑구 등 8개 자치구에도 예식장이 한 곳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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