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추가자본적립의무 부과
건전성 강화 보수 체계 등 손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세계적 투자은행(IB)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에서 부실충격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앞으로 은행들은 신용팽창기에 위기대응능력을 더욱 강화해야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금융당국은 오는 2~3분기 중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해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돈잔치’ 논란을 촉발한 은행권의 성과급 체계도 차후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스스로 공시를 투명화하고, 수단·지급방법 다양화 외에도 성과의 출처도 구분해 이자장사가 아닌 실질적인 경영성과를 성과급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 좋을때 방파제 쌓아야”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검토=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건전성 제도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은행별 리스크관리 수준·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자본을 적립(0~2.5%)토록 하고 신용경색 발생시 자본적립 의무를 완화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바젤Ⅲ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해당 제도는 2016년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0% 적립수준을 유지 중이다.
당국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의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고려, 2~3분기 중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여기에 적립신호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염병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 외 충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버퍼를 유지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그간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을 살펴봤으나, 테스트 결과가 미흡해도 개별 은행에 직접적인 감독조치를 하기 어려웠던데 따른 조치다.
당국은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고, 스트레스테스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테스트 전 과정에 대한 검증,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제도정비도 병행할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은행에 대손준비금의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된다. 또 예상손실 전망모형에 따른 점검 결과가 미흡하면 은행에 당국이 개선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성과급, 혁신 or 이자장사 따라 달라져야”...공시도 검토= 이날 당국은 성과급 체계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최근 고금리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통한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15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 참석자들은 “은행 성과급을 보면 혁신적 노력 외에 금리 상승 등 시장 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가 작용해 일반 기업과 달리 봐야한다”며 “임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해 성과급이 지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과보수체계 또한 경기의 진폭(Boom Bust)을 완화할 수 있게 설계되는 것은 물론 장단기 성과를 골고루 평가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급 방법도 이연지급하는 것 외에 현금·주식·스톡옵션 등으로 수단을 다양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단기적 수익에 연계하기보다 자산건전성·자본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은행의 공공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성과보수에 대한 공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 금융사들은 경영진의 성과를 모두가 알 수 있게끔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 또한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금융사 경영진의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가 참여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희망퇴직금은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지급 수준도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하되 주주와 국민의 정서에 부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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