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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 물가연동 폐지하면 조세형평 무너진다 “특례·단서조항·탄력세율 조정 등 대안 찾아야”
고물가 속 특단 조치지만
…조세형평성 붕괴 위험
맥주세금 인상 장기간 힘들 가능성 커
세제개편안에 담기면 실효성도 없어
맥주 세금 분기세로 4월부터 들어와
하반기 가면 이미 물가 안정될 수 있어
당장 적용 가능한 일시적 방법 취해야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맥주가 진열되어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올라가는 현재의 맥주·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물가가 올라도 맥주·탁주에 붙는 주세가 인상되지 않도록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세금을 일정 기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맥주 세제 내 물가연동제를 완전 폐지하면 조세형평성이 무너지고, 세금 인상이 앞으로 장기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랴부랴 물가 대응에 나서다 세제 기본원리와 당초 기획재정부가 취했던 논리를 스스로 역행하는 모양새다. 기재부가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이유 중에 하나가 세금 인상에 따른 과도한 사회적 논쟁을 막기 위해서다.

시점도 맞지 않다. 맥주 세금은 분기세다. 즉, 3월 출고분에 대한 주세는 다음달이면 들어온다. 하반기가 돼서야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 내용이 담겨봐야 물가 대응엔 실패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엔 고물가 상황이 진정된다고 분석했다. 물가 대응을 위해선 일시적인 방법으로 지금 당장 맥주 세금 인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세금이 오르는 현행 제도에서 ‘물가 연동’ 부분을 폐지해 주세 인상폭을 최소화 할 예정이다. 고물가 상황 속 특단의 조치다. 문제는 물가연동제를 제도적으로 완전 폐지하면 조세형평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맥주는 종량세 제도를 택하고 있다.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긴다. 1968년 이후 50여 년간 주류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계를 유지했으나, 2020년부터 맥주·탁주에 대해서만 종량세를 도입했다.

소주가 종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맥주만 종량세에서 물가연동 부분을 완전 폐지하면 두 품목의 조세형평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재부도 이를 알고 있고, 줄곧 강조해왔다.

기재부는 지난해 설명자료를 직접 내고 “종량세 품목인 맥주·탁주에 대한 물가연동제 적용은 종가세 품목(소주·와인)과의 과세형평성 고려시 불가피한 측면”이라며 “종가세가 유지되는 주종은 물가 상승에 따라 주류 가격 인상에 비례하여 세부담이 증가되므로, 종량세가 적용되는 맥주·탁주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하여야만 과세형평성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에도 “맥주·탁주의 종량세 제도는 맥주·탁주에 대한 주세부담 완화차원에서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되어, 법률에 따라 매년 물가인상률만큼 조정하게 되어있고 이는 가격상승에 따라 세금이 높아지는 종가세 품목(소주, 와인 등)과의 과세형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면 앞으로 맥주 세금은 매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물가인상분에 따라 강제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민 품목 중 하나로 분류되는 맥주 세금을 올리려 할 때마다 가계 부담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담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세율 인상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한번에 많은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겨나는 것이다. 애초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취지 중 하나가 법에 따른 자동적 세금인상으로 사회적 갑론을박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고물가 상방압력을 줄이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스스로 고물가 현상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진정된다고 분석했다. 당장 격화하는 물가 상방압력을 줄이고, 서민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이라면 지금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맥주 세금은 분기세로 다음달이면 과세되기 때문이다. 세제개편안에 내용이 담겨봐야 별다른 소용이 없다.

결국 조세형평성을 지키면서 물가 대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동제 폐지가 아닌 별개의 정책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특례 등으로 당장 몇년 간만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탄력세율 범위를 넓혀 고물가에도 비교적 더 낮은 수준만 세금을 올릴 수 있게 하거나, 매년 하는 맥주 세금 수준 결정을 3년마다 하는 방안 등도 대안이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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