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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투자자가 ‘바이(Bye) 코리아’ 속도 높이는 이유 3가지 [투자360]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여파로 커진 불확실성 탓에 지난 14일 하루에만 8551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증시를 떠났다.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은 곧장 국내 증시의 본격적인 낙폭 확대로 이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큰 물줄기를 바꾸기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SVB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 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황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이끌기엔 매력을 떨어지도록 만드는 요소다.

“3월 韓 증시는 ‘매파’ 파월에 라이트 훅, SVB 사태에 레프트 훅 맞아”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6398억원·2153억원 등 총 8551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SVB 사태에 대한 미 정부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펼쳐진 ‘안도랠리’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세(코스피 186억원, 코스닥 1477억원)를 기록한 것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14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액은 올 들어 기록한 일간 순매도액 중 두 번째로 많다.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 9일(1조2180억원 순매도)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물론, 최종 금리 수준을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의 후폭풍이 몰아쳤다.

월간 단위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 규모가 눈에 띄고 줄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지점이다. 지난 1~2월 국내 증시에 총 7조6097억원을 투입하며 두 달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1조2579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로 국내 증시를 떠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3월 초반까지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만큼은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파월의 ‘매파(긴축 선호)’ 발언에 라이트 훅, SVB 사태에 레프트 훅을 맞고 KO 상태에 빠진 것과 같은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3월 FOMC ‘베이비스텝’ 유력…韓美 금리차 확대 불가피

14일(현지시간) 나온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0% 오르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은 당장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전망치를 웃돈 탓에 ‘빅스텝’은 아니라도 ‘베이비스텝(기준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금리 인상 사이클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하루 전까지 35%에 이르렀던 ‘금리 동결’ 가능성은 17.3%로 반 토막 났고,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65%에서 82.7%로 높아졌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금리차는 1.5%포인트로 더 벌어지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유출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 대한 매도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국내 증시 자체의 문제가 발생한 탓이라기보다는 SVB 파산 사태,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 연준의 긴축 방향성 등 대외적 요소로 불거지는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지만, SVB와 크레디트스위스 쪽의 불안한 움직임은 여전히 변수”라며 “단기적으로는 향후 금리 인상 사이클에 대한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올 3월 FOMC 결과 전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韓 무역수지 회복, 外人 유출 막는 근본 처방”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 발전 비전 2023’을 마련하는 등 정책 개선에 적극 나서고는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출 부진으로 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는 국내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 보유 비중이 23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순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26.9%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국면에서도 한국의 무역 수지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와 상장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의문점을 갖게 하는 주요 사안”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주요 2개국(G2) 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증가세가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꼬집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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