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영국 청산은행 중 하나인 런던은행 컨소시엄이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자회사인 영국지사(SVB UK)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은행이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로 구성한 컨소시엄은 이날 공식 인수 제안서를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SVB 이사회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왓슨 런던은행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SVB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커뮤니티를 고려하면 SVB가 파산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이것은 영국 고객에 대한 SVB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영국이 은행 부문의 다양성을 확대할 독특한 기회”라고 말했다.

앞서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SVB 붕괴가 영국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칠 위험은 없지만 유망한 기술 및 생명공학 기업 중 일부에는 심각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해법을 내놓기 위해 총리 및 BOE 총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SVB 파산에 따른 IT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은행 고객들의 불안과 염려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이들의 필요 운영자금과 현금흐름이 확보되도록 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주요 은행 등에 SVB 영국지사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등 SVB 영국지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런던은행 컨소시엄 외에도 바클레이스와 로이드, 아부다비 왕가의 투자회사 로열그룹, 소프트뱅크 지원을 받는 오크노스, HSBC 홀딩스 등도 SVB UK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또 영국 정부가 SVB 영국지사 매각 실패에 대비해 주요 은행들과 SVB 영국지사 예금자 보호를 위한 플랜B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대해 정통한 소식통들은 재무부는 국내 대형 은행들과 기술 부문의 광범위한 혼란을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형 은행들이 SVB 영국지사 예금자들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VB 영국지사는 이날 저녁부터 예금 지급 정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객들은 예금보험제도에 따라 예치금 가운데 최대 8만5천 파운드(1억3500만원)를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앞서 200개 이상의 영국 기술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전날 헌트 재무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SVB와 거래하는 많은 핀테크 기업이 즉각 법정관리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즉각 개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SVB 붕괴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영국 경제에 중요한 업체들은 물론 수백만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기술기업의 몰락을, 장기적으로는 기술 성장 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SVB 영국지사에 묶여 있는 영국 스타트업의 자금은 모두 30억 달러(약 3조9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조사에서는 또 현재 SVB 영국지사에 계좌가 있는 영국 스타트업은 3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SVB 파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한 달 이내에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금융 규제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VB 영국지사의 대출 규모는 290억달러(약 38조4000억원), 채권은 10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치금 총액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