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123rf]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위기 직전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보유 중인 회사 지분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가 10일(현지시간) SVB 공시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레그 베커 회장 겸 CEO가 지난달 27일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1만2451주(약 360만달러)을 매각했다. 파산이 공식 발표되기 11일 전이다.

베커 CEO는 지난 1월 26일 자신의 지분 매각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SVB가 채권 매각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20억달러 이상의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 조달에 나선다는 서한을 주주들에게 보낸 뒤 회사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베커 CEO는 고객들에게 예치금이 안전하다고 밝혔으나, 당일 하루에만 주가가 60.41% 내렸다. 이후 폭락사태 하루 만인 이날 금융당국이 SVB 폐쇄를 선언하며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베커 CEO는 주식 매각 계획서를 내기 전 SVB의 자본 조달 방침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블룸버그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으며, SVB도 응답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2000년 기업 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 방지를 위해 임직원의 지분 매각 시 미리 정한 날짜에 거래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됐고, 베커 CEO도 이를 거친 만큼 지분 매각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규정 자체가 지분 매각계획을 보고하는 시점과 실제 거래 시점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게 설정된 허점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런 우려로 인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임직원이 지분을 매각하기 최소 3개월 전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다만 새 규정은 오는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커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SVB 파산에 이르기까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48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베커 CEO는 "회사를 위해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서로 어울리며 의지가 되어주고, 고객들을 도우면서 함께 업무해나가길 바란다"며 "제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