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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꿀벌도 춤을 배운다…꿀 찾아가는 방법 세대 전수
캘리포니아대 “곤충 사회적 학습 증거”
인간 언어발달처럼 제때 배워야 활용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생활과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대대로 전수하는 것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듯 하다. 꿀벌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 꿀이 있는 꽃의 방향과 거리를 알리는 '8자 춤'(waggle dance)을 배우고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유류와 조류 등으로 국한됐던 사회적 학습과 문화가 곤충 영역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제임스 니에 연구팀은 꿀벌이 복잡한 일련의 행동으로 된 8자 춤을 학습을 통해 배우고 문화적으로 전수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꿀벌은 벌집에서 8자 형태로 원을 그리며 배 부위를 흔드는 춤을 추는데, 이 춤의 각도와 길이에 다라 꿀이 있는 식물의 방향과 거리, 꿀의 질 등에 관한 정보를 동료 꿀벌에 전달한다. 해당 꿀벌사회의 생존이 이 8자춤에 달렸다고 해도 언이 아니다.

그동안 이런 8자춤은 유전적인 요소가 바탕이 된 것으로 인정됐지만 완전히 유전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학습으로 보완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연구팀은 경험 많은 수펄과 젊은 벌 사이의 8자 춤 전수 과정을 분석하는 실험틀을 마련해 연구를 진행했다. 다른 벌이 8자 춤을 추는 것을 아예 보지 못한 같은 시기에 태어난 젊은 벌들로 봉군을 구성하고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8자 춤을 추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꿀벌은 태어나서 일정한 시기에 도달하면 8자춤을 추지만 항상 경험 많은 벌이 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첫 춤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험 많은 벌을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젊은 벌들은 부화 1∼2주 만에 본능적으로 8자춤을 추기 시작했으나 무질서했다. 춤을 통해 전달한 거리와 방향 등의 정보도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험 많은 벌이 8자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젊은 벌들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간이 언어발달 초기에 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꿀벌도 생후 38일 이전에 사회적 신호를 습득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바른 8자춤을 학습하지 못한 꿀벌은 나중에 다른 꿀벌이 추는 춤을 보고 연습해 방향 정보는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거리에 관한 정보는 좀처럼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요한 초기 학습 단계에서 다른 벌들이 추는 8자춤을 보지 못한 벌들이 평생 유지되는 그들만의 ‘방언’를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호박벌의 사회적 학습 능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라즈 치트카 영국 퀸 메리 런던대학 감각·행동생태학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결과는 (동물의) 복잡한 행동이 전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농약 등과 같은 외부적 위협이 벌들의 초기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니에 교수는 “여러 논문과 연구를 통해 농약이 벌의 인지와 학습 능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온 만큼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고 봉군 내에서 이를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능력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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