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장 지을 노동자가 없다?”...바이든 520억달러 반도체법 인력난이 발목잡나
미국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반도체 제조업 부활에 나서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공장 건설인력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구인을 알리는 표지판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20억달러(약 7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반도체 제조업 부활에 나섰지만 당장 공장과 시설을 건설할 인력 찾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시장 수급 불일치가 미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오하이오주에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는 인텔이 당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노동 인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오하이오주의 인텔 반도체 생산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모습 [AP]

인텔은 오하이오에 10년에 걸쳐 10개의 반도체 생산 라인(Fab)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단 2025년 완공 예정인 첫 생산시설에서 3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착공식에서 “반도체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랑했다.

문제는 그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7000명의 노동자를 구하는 것이다. 착공식이 열린지 6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인텔은 전기 기사와 파이프 전문가 등 생산인력 찾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필요 인력의 최소 40%를 다른 지역에서 모셔와야할 형편이다.

시간이 갈수록 구인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으로 최소 40개의 프로젝트와 약 2000억달러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자랑하고 있다.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 공장들을 운영하기 위해 이미 고용하고 있는 27만7000명 외에 추가로 10만명의 새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가브리엘라 크루즈 톰슨 협력담당 이사는 “이렇게 많은 회사가 이렇게 많은 공장을 지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지원법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짓기도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철도 터널 공사가 진행되는 볼티모어를 찾아 해당 공사로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자축했다. 이튿날 허드슨 터널 프로젝트에선 7만2000개의 좋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공장 건설인력뿐 아니라 요리사, 간호사, 트럭 운전사, 용접공 등이 태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노동시장 불균형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층이 감소하면서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노동연령 인구는 2000~2005년의 1190만명에 비해 170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하이오주 경제개발청 산하 기관으로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잡스오하이오의 J.P나우시프는 블룸버그에 “지난 수십년 간 투자와 공장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있었지만 이제는 인재 모시기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노동자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뚜렷한 지역에서 노동자 모시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는 뉴욕에 “비싼 쪽방에서 살지말고 제대로된 집에서 일합시다”라는 광고판을 내거는 등 일자리와 건전한 중산층 삶을 약속하며 노동자를 유혹하고 있다. 지역 중학교를 방문해 전기 기사나 배관공이 얼마나 유망한 직업인지를 설득하고 홍보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노동 인력 부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공장과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체 AB&C의 아니르반 바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력이 풍부한 나라와 부족한 나라 중에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어느 쪽이 더 빠르고 역동적으로 성장하겠는가. 당연히 노동자들이 많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수자이 시바쿠마르 연구원은 “인텔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인력 문제는 더 광범위한 경제가 마주한 문제의 예고편일 뿐”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인적자원 전략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