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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사 결정한 DB하이텍…왜 대만의 TSMC·미디어텍을 벤치마킹 했을까? [비즈360]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창업 이래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모토를 기반으로 한 회사.”(DB하이텍 관계자)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황규철 DB팹리스 사장)

DB하이텍이 대만의 대표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회사인 TSMC와 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인 미디어텍을 거론하며 사업 비즈니스 재편성을 밝혀 주목된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인 대만의 생태계 경쟁력을 DB하이텍이 어떻게 내재화할 수 있을지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전문) 사업을 병행하던 구조에서 ‘순수(Pure Play) 파운드리’ 기업으로 새롭게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오는 29일 주총 안건에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을 올릴 예정이다.

특히 이사회는 반도체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방식은 자회사 설립 형식의 물적분할이다. 분사되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DB 팹리스(가칭)’이다.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DB하이텍이 이번 분사를 발표하며 대만의 기업인 TSMC와 미디어텍을 앞선 비즈니스 모델로 거론한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 파운드리와 팹리스 기업을 모두 보유한 사례는 대만 밖에 없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설계 기업들로부터 의뢰받은 반도체의 생산만 맡는 방식이다.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과 퀄컴, 브로드컴 등이 주요 고객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6.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15.5%), UMC(6.9%) 순으로 추격하고 있다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TSMC 중심의 독과점 시장이 파운드리 업계에 형성된 것으로 평가한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회장이 처음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25년간 재직하면서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50대 중반인 1980년대 후반에 TSMC를 설립했다. 대만 정부는 창 회장에게 종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할 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라인 하나 짓는 데 수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투자 부담 때문에, 세계 반도체 업계가 설계 전문과 생산 전문으로 나뉠 것으로 관측했다. 설계 전문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운 TSMC는 지난해 약 93조원 규모의 매출을 냈다. 전세계 반도체 기업 중 가장 큰 수익을 기록했다.

대만은 파운드리 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TSMC의 고객사이자, 전세계 팹리스 업계 다섯손가락에 드는 미디어텍 역시 있다. 대만의 또 다른 파운드리인 UMC에서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바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미디어텍은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AMD에 이어 전세계 5위 수준의 팹리스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선 미디어텍이 35%로 1위이다. 퀄컴(31%)과 애플(16%)을 오히려 앞선다.

TSMC와 미디어텍을 거론하긴 했지만, DB하이텍이 이들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다. DB하이텍이 8인치 웨이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가격이 높은 첨단 칩 제조를 위한 사업을 위해서는 12인치 공정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DB하이텍은 주력 사업인 8인치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오는 4월 마무리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DB하이텍의 생산능력(웨이어 투입량 기준)은 월 13만8000장에서 월 15만1000장으로 10%가량 늘어난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관련, 내년에는 모바일 비중을 줄이고 BCDMOS(복합전압소자, Bipolar CMOS DMOS) 공정 비중을 70%까지 높여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위기에 대응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부가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12인 웨이퍼 사업에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신설되는 팹리스 회사의 제품 다변화 역시 요구된다. 신설 회사는 그동안 파운드리 고객과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DDI 사업이 전체 가동률에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13%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DB가 디스플레이 반도체 편중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팹리스 사업을 키워야 더 글로벌 점유 순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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