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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으면서 돈 버는 기분”…고물가에도 ‘구내식당族’ 입이 즐거운 이유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일식 레스토랑 카덴의 정호영 셰프가 삼성웰스토리와 협업으로 선보이는 특식 ‘나고야식 마제비빔밥’.[삼성웰스토리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경기도의 한 반도체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29) 씨는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재미를 느낀다. 정기적으로 차돌짬뽕·탄탄면·직화 스테이크 같은 특식은 물론 한식, 기호(嗜好)식, 면식 등을 매번 골라 먹을 수 있어서다. 김씨는 “샐러드 바는 기본이고 식당 종류도 여러 곳이라 골라가면 된다”며 “고물가 시대에 밥이 무료라 만족한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출근 재개 등으로 구내식당을 찾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있다. 급식업체들은 직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종 특식과 이벤트를 선사하며 ‘어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고물가·엔데믹에 구내식당 이용객 20~30%↑
아워홈이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와 협업해서 구내식당에 제공하는 ‘플렉스 테이블’. [아워홈 제공]

우선 구내식당 이용객 수가 20~30% 가까이 늘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단체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의 올해 1월 수도권 주요 오피스 지역(판교, 송도, 강남 등) 주요 식수는 25% 가량 증가했다. 단체급식을 하는 CJ프레시웨이도 올해 1~2월 수도권 오피스 지역 구내식당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다.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신세계푸드 운영 주요 사업장 4곳의 올해 1~2월 이용률은 전년 대비 약 35% 늘었다.

출근 재개로 이용객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높아진 외식 물가의 영향도 있다. 서울 광화문 지역에서 근무하는 1인 가구 20대 직장인 A씨도 자칭 ‘구내식당 러버(애용자)’다. A씨가 다니는 회사의 구내식당에서는 샌드위치·샐러드·도시락·세계 음식·한식, 5가지 옵션이 제공된다. 그는 “패스트푸드를 먹어도 세트가 8000원이 넘고 배달하면 최소 1만5000원”이라며 “우리 회사는 두 끼까지 무료인데, 밥을 먹고 가면 입도 즐겁고 돈을 벌고 가는 기분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구내식당 이용객이 급격히 늘어 외부 식권을 제공하는 회사까지 나왔다. 판교의 한 게임업체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밥값은 무료고 구내식당 카페포인트도 5만원 가량 주기 때문에 이용률이 최근 더 높아졌다”면서 “식당에 사람이 많다는 불만이 제기돼 올 초부터 주2회 1만2000원 상당의 외부식권까지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구내식당 가격 약 7000원…대표 외식메뉴 대비 30% 저렴

업계에 따르면 구내식당의 평균적인 식대는 약 7000원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비빔밥, 냉면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는 1만원을 넘었다. 칼국수(8615원·인상률 10.9%), 김밥(3100원·12%) 등 8가지 외식 메뉴의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전년 대비 평균 10.8% 올랐다. 구내식당의 경우 단품 가격 하나 대비 많게는 40% 정도 저렴하면서도 샐러드 바 같이 부가 메뉴도 곁들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직장인들의 밥값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산업체·오피스 등에 단체급식을 운영하는 CJ프레이웨이의 지난해 4분기 단체 급식 매출은 1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199억원)으로 34% 늘었다.[CJ프레시웨이 IR 자료]

물론 급식업체들도 식재료값, 인건비 상승의 타격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연간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물가 상승, 기후 상황 등 재료 수급 상황이 달라져도 단가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 외식업체들과 다르게 영양사 등 전문 인력을 활용해 대체 메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메뉴 구성을 한다. 배추김치 가격이 오르면 열무김치나 갓김치를 내놓는 식이다.

고물가는 기회…특식·이벤트로 PR하는 업체들
지난해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한 구내식당에서 셀럽테이블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정호영(오른쪽) 셰프가 직접 방문해 자신이 개발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제공]

급식업체들은 늘어난 수요를 체감하고 있다. 산업체·오피스 등에 단체급식을 운영하는 CJ프레이웨이의 지난해 4분기 단체 급식 매출은 1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199억원)으로 34% 늘었다. 이에 특식과 더불어 구내식당에서 이색 경험을 선사하거나 기업 맞춤형 행사와 메뉴를 제안하고 있다. 유명 셰프를 직접 초대해 맛과 이색 체험을 동시에 선사하며 급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이달부터 스타 셰프들이 직접 구내식당에 방문해 자신이 개발한 요리를 제공하는 ‘셀럽 테이블 시즌3’를 진행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일식 레스토랑 카덴의 정호영 셰프가 개발한 ‘나고야식 마제비빔밥’은 물론 유명 셰프인 오세득 셰프와 이원일 셰프가 각각 개발한 ‘페퍼크림 포크 스테이크’와 ‘매콤돈불고기 양파덮밥’이 대표적이다.

셰프 초빙·지역 특산물 디저트 증정…‘이색 경험’ 제공

삼성웰스토리는 또 ‘플레이인더박스(play in the box)’라는 행사를 통해 구내식당에서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체험 또는 굿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구내식당에서는 충북 영동 농가 살리기에 나설 수 있도록 곶감을 선물하며 새해 윷놀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워홈은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과 협업, 해당 메뉴를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플렉스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2월 16일 경기 안양의 한 IT회사 구내식당에는 이차돌과 함께 개발한 ‘이차돌정식’을 내놨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차돌박이와 함께 쫄면, 된장찌개, 차돌초밥 등 사이드 메뉴를 한상에 푸짐하게 담아냈다. 이외에도 매드포갈릭, 배떡, 두찜 등 브랜드 메뉴를 구내식당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매일 굽는 베이커리까지…‘직원 마음잡기’에 총력
서울 광화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의 구내식당 메뉴, 이 회사는 하루 2끼를 직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독자 제공]

대체육이나 채식 등을 메뉴를 내놓은 것은 기본 무인편의점 등 구내식당의 편의성을 높인 곳도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IT업체 STK의 구내식당에서는 아시안·양식·버거·피자 전문코너가 운영된다. 현장에는 매일 직접 빵을 굽는 베이커리도 있다.

특식은 사실 단가가 높지만 이용객이 늘어난 시점에서 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고객사에서 직원의 회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창립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먼저 특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생산단가를 고려하면 이윤이 적게 남더라도 계속 저희 업체를 이용하게끔 유도하는 일종의 이벤트”라고 털어놨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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