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SM) 주식을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하이브와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카카오가 고민을 끝내고 전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경쟁에서 열위에 있던 카카오도 기회가 열린 것이다.

7일 카카오는 에스엠 주식 833만3641만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발행주식총수의 약 35%에 달하는 수량으로 공개매수 기간은 7일에서 오는 26일까지다. 총인수금액은 1조2500억원으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절반씩 투입한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고심하던 카카오가 전면전에 나선 데는 같은 날 공개된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적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진행한 주식 공개매수에서 지분을 단 0.98%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공개매수에 응했다고 밝힌 갤럭시아에스엠 지분을 제외하면 하이브는 단 4주만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지분 25% 확보에 참패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기준이 되는 15%를 겨우 넘기면서 하이브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현재 보유한 에스엠 지분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매각한 14.8%에 공개매수 지분을 더해 15.78%다.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더라도 공개매수 등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정위가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의 지배권을 장악했는지 여부와 독점 여부 등을 살피는 만큼, 하이브로선 독점 우려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에스엠 현 이사진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가 독과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카카오가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을 단숨에 40% 확보하게 된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8일 이후 에스엠 주식을 장내 매수해 현재 총 4.9% 지분을 가지고 있다. 각각 카카오 3.28%,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63%로 총 1443억원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지분 역시 15%를 넘길 경우 공정위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기업결합심사를 병행해 진행한다.

한편, 하이브와 카카오가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치킨게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스엠 지분 인수에 자금 여력을 크게 소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이번 공개매수에서만 1조2500억원을 사용한다.

하이브는 카카오에 비해 자금 여력이 더욱 부족하다. 카카오가 제시한 가격 이상에 공개매수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하이브의 자금 여력상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6만원 가량이라고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최대 자금동원능력을 1조원 후반대로 추정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용현금이 5조7000억원에 달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연초 1조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해 자금 동원력 면에서 우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이브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임시주주총회를 열 수 있는 3%를 확보하면서 주주총회 이후에도 임시주총, 소송 등의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총을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이사회가 이를 거부할 경우 법원에 허가를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45일 안에 임시주총을 승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