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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V만 골라 타이어 바람 빼” 환경보호 알린다고 이런짓 까지 [지구, 뭐래?]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Tyre Extinguishers)]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기름 많이 쓰는 차, 없앤다(Your gas guzzler kills)”

한글로 번역하기에도 난감한 이 영어 문구. 불과 하루 사이에 한두 대도 아닌 무려 41대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에서 타이어 바람이 몽땅 빠졌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지 CCTV나 블랙박스를 뒤질 필요도 없다. 이 일을 벌인 이들은 심지어 당당하다. 차 앞 유리에 “기름을 많이 쓰니 이 차를 없애겠다”는 식의 문구와 함께 버젓이 단체명을 적어놨다.

바로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도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은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Tyre Extinguishers)’이란 단체 소속 활동가들이다. 목적은 SUV가 과도하게 기름을 쓰고 그 때문에 환경이 파괴된다는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서다.

환경 보호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폭력이나 불법까지 동원한 과격한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에코테러리즘(Eco Terrism)’이다. 그만큼 환경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적이지만, 오히려 이들의 환경 보호 활동에 반감을 표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골라 바퀴 바람을 빼는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Tyre Extinguishers)'이 차 앞유리에 끼워둔 경고장 [BBC]

현지 언론은 벨기에 경찰이 각 차량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보도했지만, 사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사건이 벨기에에선 처음이지만,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주요 도시들은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뉴질랜드 등의 15개국의 도시에선 지난 1년간 1만대 이상의 차량에서 바퀴 바람이 빠졌었다. 특히 작년 11월 28~29일엔 8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900여대의 차량이 당했다.

이를 주도한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은 1년 전인 2022년 3월 7일 영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주엔 활동 1년을 자축(?)하는 의미로 영국(138대), 이탈리아(30대), 프랑스(165대), 독일(34대)에서 활동했다고 공개 발표하기도 했다.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Tyre Extinguishers)]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이 내거는 요구는 다음과 같다. 도시 지역에서 SUV 차량을 탈 수 없도록 하고, SUV 차량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무상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는 것.

SUV가 다른 차보다 크고 무거워 연료를 더 사용하는 만큼 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비판한다. 사고 발생 시에 보행자나 상대 차량에 더 위협적이라는 점도 들었다. 그러면서 도시에서 운행되는 SUV의 대부분은 과시적 소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주된 목표는 도시 중산층 이상 거주 지역의 전고가 높은 차들이다. 아예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지프, 볼보 등 특정 브랜드들을 지목하기도 했다. 대신 장애인이나 영업용, 도시 외 지역의 차량은 제외했다고 한다.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은 “SUV가 우리의 건강, 공공 안전 및 기후에 재앙”이라며 “정부가 SUV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한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Tyre Extinguishers)]

물론, 이들의 주장처럼 SUV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상당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논평을 통해 작년 전 세계 SUV에서 거의 10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정도다. SUV 차량을 모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량 상위 6위국에 해당한다.

SUV의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는 편이다. 2010년 4490만대(8.5%)에서 지난해 3억2990만대(31.4%)로 증가했다. 국내 역시 SUV는 인기다. 현대기아차 전체 승용차 판매 대수 중 SUV와 RV 비율은 2002년 38%에서 지난해 56%로 늘어났다.

반 고흐 작품 '씨 뿌리는 사람'에 야채수프 끼얹은 이탈리아의 기후활동가들. [연합]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이 트렁크에 휠체어가 있고, 장애인 구역 내 주차된 하이브리드 차 바퀴의 바람을 빼냈다”며 “이게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거냐”고 일갈했다. [트위터]

다만, 에코 테러리즘은 관심을 모으겠다는 명분으로 애꿎은 희생양을 만든다는 게 문제다. SUV 차량은 탄소배출량이 크지만, 특히나 타이어 바람을 빼는 행위는 큰 인명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에코 테러리즘을 지향하는 환경단체들은 최근 반 고흐의 작품들에 음식물을 끼얹거나, 축구 경기 도중 골대에 매달리는 식의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바퀴 바람 빼는 사람들’이 트렁크에 휠체어가 있고, 장애인 구역 내 주차된 하이브리드 차 바퀴의 바람을 빼냈다”며 “이게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거냐”고 일갈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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