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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제 항만 크레인이 ‘스파이’ 활동”…美 의혹 제기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설치된 크레인과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이 자국 내 항만에 사용되는 중국제 크레인에 스파이 의혹을 제기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중국 크레인 제조사 ZPMC가 만든 크레인을 ‘트로이의 목마’로 비유했다고 보도했다. 크레인 내 설치된 정보 수집 시스템을 통해 컨테이너의 출처와 목적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미 군수물자와 관련된 정보도 흘러나갈 수 있다.

또 크레인을 의도적으로 조종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멈춰버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물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 에너지부에서 사이버보안을 담당했던 션 플랜키는 WSJ에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만약 중국군이 미국 항구에 설치된 크레인에 접근할 수 있다면 해군 없이도 미국 항구를 잠재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2년 새 미군이 이용하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등의 항구에서 ZPMC 크레인이 설치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졌다. ZPMC의 크레인은 완전 조립된 상태로 실려와 중국산 소프트웨어로 운영된다.

지난 2021년 미 연방수사국(FBI)는 볼티모어 항구에 설치될 예정이던 크레인에서 정보 수집 장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미 국방정보국(DIA)는 지난 2021년 비밀리에 진행한 평가에서 중국 정부가 항만 물류량을 조절하거나 선적 중인 군사장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미국은 ZPMC가 만든 크레인이 실제 스파이 활동에 사용된 사례를 발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미 의회는 교통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 등과 협의해 외국산 크레인이 미 항구에 국가 안보 위협을 가하는지 여부를 조사해 올해 안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의 카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은 미국이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2020년 발표된 미 해상 사이버 보안 계획에 따르면 항만 운영과 관련된 사이버 보안에 대해선 어떠한 강제적인 기준도 없는 상태라고 WSJ은 설명했다.

일부 항구에선 ZPMC크레인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30%가량 더 비싼 스위스나 핀란드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ZPMC는 중국교통건설(CCCC) 자회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한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약 70%를 점유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장에 진출해 현재 미국 항반에 설치된 크레인의 약 80%가 ZPMC 제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CCCC를 지난 2020년 미 당국의 승인 없이 기술을 제공해서는 안되는 제재 대상에 올렸다.

송하이량 ZPMC 회장은 2017년 공개된 한 영상에서 “우리는 이전엔 장비를 팔았지만 지금은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며 “상하이에 있는 본사에서 모든 크레인을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주미 중국 대사관은 이에 대해 “‘중국 위협론’을 띄우는 것은 무책임하며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WSJ에 밝혔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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