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폭격에 무너진 마리우폴 극장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러시아 군인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 전쟁이 정보전 양상을 띄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민간 기업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군인들의 개인 소셜미디어(SNS) 글이나 홍보 콘텐츠를 추적해 러시아 부대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포린폴리시(FP)는 러시아 군인 알렉세이 레베데프의 사례를 들어 우크라이나 군의 오픈소스인텔리전트(OSINT) 전략을 설명했다.

알렉세이 레베데프는 지난해 10월 12일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SNS V콘택트에 로그인해 군복을 입고 흰색 텐트에서 야영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방한복으로 얼굴은 가렸지만 자신의 야영지 위치인 도네츠크 스보보드네 마을 위치 기록을 삭제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 조사기관 몰파르(Molfar)는 레베데프의 게시물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몇시간 만에 그의 군대 위치를 확인했다. 해당 부대를 러시아와 친러 분리주의 부대 훈련 기지로 판단한 몰파르는 그 결과를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보고했고 곧 레베데프의 부대는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을 받았다.

OSINT는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료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전략을 말한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조사나 러시아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의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 격추 폭로가 OSINT에 기반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군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OSINT를 이용해 전장에서 러시아 군을 사전에 확인해 공격하고 있다.

스타로시에크 몰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우주 스타트업으로서의 기술을 군사분야로 이전했을 뿐”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OSINT 기술을 전수한 지 2주만에 정보국은 러시아 군의 위치를 찾아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몰파르는 미국 국무부, 미국 국방부, 영국 정부가 후원자로 참여하는 비정부 기구인 민간 연구 개발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국방 정보국 및 기타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SBU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OSINT 교육을 실시했다.

디 쿡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술 연구원 은 “분쟁에서 인권 범죄와 허위 정보를 밝혀내는 데 OSINT가 사용된 적은 있지만 전장 안팎에서 OSINT가 활용된주요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몰파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민간 부문 OSIN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레코디드 퓨처(Recorded Future), 제인스(Janes), 이벤트 탐지 플랫폼 데이터마이너(Dataminr), 상업용 위성 이미지 제공업체 오비탈 인사이트(Orbital Insight), 플래닛 랩스(Planet Labs) 같은 기술 기업이 OSINT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 디지털 검증 연구소(Ukraine Digital Verification Lab), 우크라이나를위한OSINT(OSINT for Ukraine)와 같은 새로운 조사 그룹은 물론, 북대서양 펠라스 그룹(North Atlantic Fellas Organization)과 같은 이니셔티브가 창설됐다.

시장 조사 회사 VMR에 따르면 2021년 51억 달러 규모였던 OSINT 산업은 2030년에는 34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쿡 연구원은 “새로운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기존 단체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민간 OSINT 커뮤니티는 작년에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