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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각 허가 하세월·자산 가치 후려치기…글로벌기업 “러 떠나고 싶어도 못떠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관계를 끊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일대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소 자료를 토대로, 약 26%의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에서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소는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에서 활동한 주요 글로벌 기업 1586곳을 완전히 철수한 A등급부터 그렇지 않은 F등급으로 나눴다.

이에 따르면 417곳(26.3%)이 러시아 내 영업을 축소하거나 종료하지 않은 D와 F등급으로 분류됐다.

WSJ은 기업들이 러시아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러시아 정부의 터무니는 자산 헐값 매각 요구를 꼽았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에서 철수하는 기업의 자산을 시장가치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석유기업 BP와 엑손모빌 등이 이 때문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필립모리스 측은 러시아 정부의 자산 할인 매각 요구와 약 25억달러로 평가되는 자산을 공정하게 매각해야 한다는 주주 의무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의 지독한 관료주의로 매각 절차가 지연되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 딜러업체 아브토돔의 지분을 보유한 벤츠는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6일에야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트럭, 장갑차 제조업체 카마즈 보유 지분 15% 매각도 가능한 빨리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모든 자사 브랜드의 러시아 생산과 수입을 중단했지만 칼루가 지역 공장을 포함해 여전히 러시아 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공장을 제 3자에게 매각하려 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여전히 내려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어쩔 수 없이 러시아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약품과 필수 식료품 생산 기업들이다.

독일 농기계 제조사 클라라스는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 내 활동이 국제사회에 식량 공급에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제외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네슬레는 일부 제품의 판매는 중단했으며 광고 및 투자 활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 국민들에게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음식 공급은 제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러시아에 아직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은 전쟁을 비판하거나 러시아에서 얻은 수익을 우크나이나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에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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