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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층 건물 깔린 딸, 놓을 수 없었다” 전세계 울린 이 사진의 사연
7일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시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깔린 15살 숨진 딸 이르마크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제르는 "딸이 침대에서 천사처럼 잠들어 있었다. 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AFP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딸이 침대에서 천사처럼 잠들어 있었다. 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튀르키예 강진 참사를 보여준 사진으로 세계인을 울린 메수트 한제르(49)는 무너진 건물 잔해 틈으로 삐져나온 딸의 손을 부여잡고 있었던 데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한제르는 2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한 AFP통신 인터뷰에서 지난 6일 딸을 떠나보낸 일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한제르는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제빵사로 일했다.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그 날에도 새벽부터 일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울리고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졌다.

한제르는 곧장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내와 성인이 된 세 자녀의 집은 일부 파손되는 와중에도 무사했다. 집이 저층이었기에 피해가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인근 할머니댁에 있던 15살 딸 이르마크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당시 이르마크는 이스탄불과 하타이에 사는 사촌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 허락을 받아 할머니 댁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한 상태였다.

지진 발생 열흘째인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대원과 의료진이 무너진 건물에서 한 여성을 빼내고 있다. [연합]

불안감을 느낀 한제르는 현장으로 내달렸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할머니 댁이 있던 8층 건물은 산산조각 나듯 무너졌다. 건물 잔해와 희생자의 옷가지, 가구 등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있었다.

한제르는 그 틈에서 막내딸 이르마크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침대에 누운 채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그녀의 시신을 꺼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구조대를 기다리며 이르마크의 손을 꼭 잡았다.

한제르는 "내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잠들어 있었다"며 "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양 볼에 입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그런 모습을 AFP 기자 아뎀 알탄이 포착했다. 한제르는 상심한 목소리로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한제르의 안타까운 사연은 사진 한 장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한 사업가는 앙카라의 아파트 한 채를 내주고 현지 방송 채널에서 행정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해줬다.

한제르는 "이번 지진으로 어머니와 형제, 조카를 잃었다"며 "그러나 내 아이를 묻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 고통은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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