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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빨간불 켜진 ‘수출 한국’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다. 관세청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가 186억3900만달러에 달했다. 불과 50여일 만에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472억달러)의 40%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69억8400만달러 적자)와 비교하면 세 배 수준이다.

이달 무역적자가 확정되면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연속 적자다.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품목에선 반도체가, 지역에선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두 축이 무너지고 있다. 2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9% 줄었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계속 하락세이고, 재고까지 쌓여 있어 전망도 어둡다. 이 기간 중국으로의 수출은 22.7% 감소했다.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 내림세다. 올 들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시작됐지만 추세는 반전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였다. 지난달에는 19.8%였다. 이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간 건 2004년(19.6%) 이후 처음이다. 중국 경제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이른바 ‘피크 차이나(Peak China)’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대중(對中) 수출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수출품목 및 지역 다변화가 시급하다. 물론 반도체는 우리의 주력으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분야다. 또 앞으로도 챗GPT 등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 호황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여전할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는 전형적으로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되면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이 시기에 반도체를 대신해 한국 경제에 힘이 돼줄 대안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지금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K-방산(방위산업), K-콘텐츠 등에서 싹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인 중국이 지리적으로 옆에 있는 건 엄청난 기회요인이다. 하지만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처럼 지나친 의존도는 엄청난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은 인구감소, 국가 자본주의, 과다 부채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심각한 파열음을 낼 수 있는 만큼 수출지역 다변화 등 중국 의존도 낮추기를 서둘러야 한다. 당장 아세안과 중동은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여기에 인도, 유럽연합(EU) 등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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