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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금융사 번 돈 80%가 ‘이자’...美는 절반도 안돼 [15년간 이자장사 들여다보니]
금리 인상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의존 심화
美와 달리 해외 사업비중 15%에도 못미쳐
자산관리·투자영역 등 비이자 영역 확대를

금리가 오르며 국내 금융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이에 따른 성과급 잔치를 벌여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이자수익 편중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그룹은 한 해 벌어들인 돈의 70~80%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에 따른 이자수익으로 충당하는 반면, 미국의 주요 금융그룹은 이자수익이 영업이익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도 미국의 주요 금융그룹처럼 자산관리나 투자은행 등 비이자 영역의 비즈니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빠르게 금리 올린 美, 여전히 비이자이익 비중 높아=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미국 4대 금융그룹 2022년 실적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미국의 주요 4대 금융그룹이 2021년에 거둔 이자이익은 1735억달러로 비이자이익(1876억달러)보다 적었다. 비이자이익엔 통상 자산운용 등에 따른 수수료나 투자수익 등이 담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은 총 영업이익 43조2000억원 가운데 비이자이익(11조2000억원)이 고작 2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국내 금융그룹의 이자이익 의존도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은 8조3000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총영업이익(46조7000억원)은 되레 전년 대비 3조원이 늘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힘입은 이자이익이 늘며, 영업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은 1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도 고금리와 대출 성장세가 지속되며, 주요 금융그룹 이자이익의 비중이 늘었다. 그러나 총영업이익(3736억달러) 대비 비이자이익(1608억달러) 비중은 43%로 여전히 절반에 육박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국내 금융그룹의 영업 행태가 여전히 단순한 이자장사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우린 이체 수수료 0원인데” 美금융사, IB·카드·WM에서 수수료 수익 얻어=이 같은 이익구조 형태가 다른 것은 미국과 한국 금융그룹의 영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실제, 미국 4대 금융그룹은 IB부문 수수료 이익이 비이자이익에서 10.3%(2022년 기준)를 차지하고, 카드수수료이익(4.1%)과 자산관리(WM)부문(7.9%)까지 합하면 22.3%로 확대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업 구조를 보더라도 개인고객 예금·대출 서비스 등 소비자 뱅킹은 38.6%에 불과한 반면 ▷글로벌 자산·투자 관리(22%) ▷글로벌 뱅킹(22%) ▷글로벌 마켓(18.1%) 등 글로벌 부문에서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훨씬 크다.

이에 반해 국내 금융지주들의 사업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대부분의 금융지주의 해외 사업비중은 15%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하나금융지주만이 20% 가까운 해외 사업비중을 가져가고 있을 뿐이다.

국내 금융그룹들 역시 지난 수년간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및 영업 다각화에 힘써오기는 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이자이익은 기준금리 수준이나 경기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큰 탓이다. 특히 ‘이자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가중되고 있어서, 앞으로 비이자이익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장 은행 내에서 이용하는 이체 등의 수수료가 사실상 무료고, 금리 인상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환대출 수수료도 무료로 전환하면서 비이자이익 확대는 올해도 힘들 전망이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내 은행업 또한 미국 4대 금융그룹의 사례를 참고해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비이자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비용 효율성 개선을 추진해 환경 변화에 신속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 인력의 역량 제고와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비이자이익 기반을 다지고 신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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