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자장사’ 논란에 직면한 은행권에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17일 이 원장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은행의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면서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은행권에서도 같이 고민하자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 배경에는 독과점적인 시장 환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상승기, 대부분 금융소비자들이 큰 금리 부담을 느끼는 와중 수십조 단위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은행들의)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정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며, 고금리 ‘이자장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여론과 정치권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금융당국에 과점체계 개선 및 예대마진 축소 등을 주문한 상태다.

다만 이 원장은 기업으로서의 고유한 이익 추구 등의 시장 논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과 실효적 경쟁 촉진 방안이 상충하거나 모순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은행업의 이자 결정 등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성’의 예시로 은행의 이익 추구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이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점 수를 줄여가고 있고, 고용창출 이력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금리 경쟁이나 상품의 다양화 등 소비자 후생 증진의 측면을 신경 쓰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질책이나 반성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

은행권의 사회공헌 방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기부금을 더 내거나 덜 내는, 그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은행의 노력이 수긍되는 측면이 있어 번번이 넘어갔지만, 국민들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사회공헌 활동금액이) 지출된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후에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게 지금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의 과점 체계 개선 방향을 묻는 말에는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있다”며 “어떤 새로운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도 다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한 시일 내에 관련 전문가나 업권, 유관기관이 참여한 공론의 장을 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