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에 기모노를 입은 참석자들이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서 열린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나루히토 일왕 생일 축하 행사에 처음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흘렀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발족한 윤석열 정권이 대일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도 삐걱거리는 양국관계를 벗어날 호기로 판단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16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선 국내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생일(2월 23일) 축하연이 열렸다. 서울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2018년 12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16일 오후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에 출입금지 안내문과 경비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은 2019년 5월 즉위했다. 행사에는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해 축사했다.

산케이는 "한국에서는 일왕 생일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친일파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면서 박보균 문화체육부장관이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일왕 축하연 참석이 문제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이날 행사장에는 한국 국가인 애국가와 함께 기미가요가 처음으로 흘렀다.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산케이에 “그동안 기미가요를 틀지 않은 건 참석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 왔지만 과도한 면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16일 오후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 앞에 한 시민단체가 축하연 개최를 규탄하며 바닥에 고춧가루를 뿌린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일본 대사관 주최 행사에 해당국의 국가 연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 속에서 이번에 한국 국가와 함께 기미가요를 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미가요 가사에는 '임의 치세는 천 대(代)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는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산케이는 한국인이 1월에만 56만명이 일본을 찾아 방일 외국인의 40%가까이 되는 등 한국에서 일본 여행 붐이 일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일왕 생일 축하연에는 일본 지자체의 각지 매력을 소개하는 부스도 여럿 마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