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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의 사나운 ‘3마리 매’…프리고진, 메드베데프, 시모니안
와그너그룹 수장으로 전면에 나서
탈영병 처형하곤 “개를 죽였다”
전직 대통령 메드베데프는 ‘핵전쟁’ 강조
푸틴 얼굴마담, 언론인 탈 쓰고 전쟁 선전
왼쪽부터 예브게니 프리고진, 마가리타 시모니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만일 당신이 원한다면 하늘에서 만나자.”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 그룹 회장)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하면 핵 전쟁 불사하겠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우크라이나 식인종들을 죽여줘서 감사하다”(마가리타 시모니안 러시아 국영매체 RT 편집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사나운 매’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전쟁 전까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으나, 현재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면에 부각되며 러시아의 전쟁광 면모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까지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모스크바 정가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푸틴의 ‘그림자’에서 후계자로 부상=프리고진은 오랫동안 ‘푸틴의 그림자’로 불렸다. 푸틴의 명령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의 분쟁에 용병들을 파견했지만 항상 개입을 부인했다. 하지만 작년 가을 자신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임을 인정한 후 죄수들을 병사로 모집해왔다. 사면의 대가로 전장에 나가는 이 죄수들은 탈영할 경우 즉시 처형된다.

전투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러시아 장군들과 달리, 프리고진은 최전방에 나가 용병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정기적으로 올린다. 가장 최근에는 공군복을 입고 직접 수호이(Su)-24 공격기 조종석에 앉아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텔레그램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서방세계에 제트기를 달라고 간청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네가 원한다면, 하늘에서 만나자. 승리하면 (바흐무트를) 가져가겠다”며 공중 결투를 돌발 제안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리고진이 자신을 서방에 기대려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부패한 관료들과 대비되는 ‘포퓰리스트’ 전쟁 지도자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그와 대립각을 세운 국방부, 군 지도부뿐만 아니라 크렘린궁도 프리고진의 정치적 부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진보 이미지에서 매파 정치인으로 돌변=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햄버거를 먹는 등 ‘진보적인’ 대통령이라는 평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핵전쟁 카드를 꺼내들며 가장 호전적인 매파(강경보수) 정치인으로 돌변했다.

그는 지난 1월 독일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동맹국 회의를 앞두고 서방국이 ‘레오파드2’ 같은 전차 지원을 결정하자 “전통적인 전쟁에서 핵보유국의 패배는 핵전쟁 발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유럽에 선전포고를 했다.

메드베데프는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치매를 가진 이상한 할아버지”라고 불렀고 EU 지도자들은 “미친 자들”이라고 불렀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선 “미친 나치 마약 중독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격 떨어지는 언사 때문에 한때 국영 TV의 단골이었던 메드베데프는 이제 소셜미디어와 텔레그램 채널로 밀려났다.

▶푸틴의 ‘얼굴마담’된 부패 언론인=러시아 국영매체 RT의 수장인 마가리타 시모니안 편집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TV에서 각종 허위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핵 종말 위협으로 가득 찬 장광설을 쏟아낸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12월 명예훈장을 수여받았다. 이날 수상식에서 푸틴에게 “식인종들을 죽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겨 논란이 됐다.

RT의 편집장이 되기 전 시모니안은 푸틴 대통령을 취재하는 풀 기자단에서 일했다. 겨우 25세에 국영방송 수장에 오르게 된 것은 푸틴 입맛에 맞는 허위 보도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미국 국무부는 시모니안을 자체 분석한 보고서에서 그를 “거짓말을 진실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고. 미소까지 띠며 전달한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모이안은 2004년 북 코카서스의 베슬란 학교 테러를 보도하면서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인질 수를 과소 집계했고, 테러범들이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러시아 정부와 협상해 군사를 물리게 한 것도 감췄다. 또한 그는 언론인임을 자처하면서도 “정보 통제 없이는 어떤 큰 나라도 존재할 수 없다”며 러시아 헌법의 언론 검열 금지를 뒤집는 것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한편 전쟁 1주년(2월24일)을 앞두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겨냥한 미사일 공습을 재개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북부와 서부, 남부 등지에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부 루한스크 내 우크라이나군 방어선 2곳을 돌파했다고 발표했고, 동부 전선에 많은 병력을 투입한 프리고진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올해 3월이나 4월께 바흐무트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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