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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웰니스, 뛰는 이들<15>] “‘1000만 노인시대’ 일자리는 지속가능 성장동력”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에 들어보니
개발원, 100만 노인일자리 창출 목표설정
올해 관련 지원사업 3만8000개나 늘려
‘시니어 금융 서포터즈’ 등 보람있는 일
사회적관계 좋아지고 건강 개선효과도
“노인일자리 법률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올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지난해보다 3만8000개 증가한 88만3000개로 잡았다”며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대거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개념으로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신체·정신건강 증진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보다 일상의 행복을 더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맥락에서 국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웰니스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한다. 본지는 지난 13회에 걸쳐 ‘웰니스 행정’의 프런티어를 인터뷰한 바 있다. 이번에는 포용과 복지를 추구하는 또다른 이들과 K웰니스 행정을 실행하는 기관을 만나 ‘건강한 국민, 행복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배경 철학을 들어봤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정리)·글=양정원 웰니스 팀장]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급증하는 추세다.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2045년 고령인구 비율이 37%로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이미 37.6%로 OECD 평균인 13.5%(2019년)에 비해 2.8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원장 김미곤, 이하 개발원)의 역할에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다. 개발원은 1000만 노인시대에 100만 노인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미곤 원장은 “올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지난해보다 3만8000개 증가한 88만3000개로 잡았다”며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대거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직업경험이 풍부하고 건강상태가 양호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층 진입에 따라 보수가 높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라고.

김 원장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노인일자리 사업 공모전 수상자의 얘기부터 꺼냈다. 40년간 직업군인으로 근무한 한 참여자는 퇴직금을 다단계 금융에 속아 모두 탕진한 뒤 절망의 시간을 보냈다고. 그러다 금융기관에서 업무 지원과 범죄 예방을 돕는 ‘시니어 금융 서포터즈’로 일하면서 건강과 삶의 보람을 되찾게 됐다고 했다.

아들이 소아암 판정을 받은 뒤 갓난아기 딸에겐 관심을 쏟지 못하는 바람에 발달 장애가 될까 걱정이었던 A씨는 간병인 근무 경력이 있는 어르신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게 됐다고. 20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이었던 B씨는 백혈병 재발로 6년간 암 투병을 하다가 건강이 나아져 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미뤄뒀던 자신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노인일자리는 노후 소득보장이란 복지 차원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 개발원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2021년 1인당 월 평균 약 7만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노인일자리는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한다”며 “기업이 시니어 인턴십을 수용할 경우 연간 240만원을 지원받고, 노인을 다수 고용한 기업이나 우수 고용 기업은 최대 3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개발원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미참여자에 비해 가족, 친구, 이웃 등과 사회적 관계가 좋아지고 우울 수준, 건강 상태, 운동 빈도 등에서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는 2021년 23명에서 2036년에는 51명, 2060년에는 91.4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각종 노인복지제도 기준 연령은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것이 맞지만, 아직 노인 빈곤율과 자살율이 높은 상황이라 60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노인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은퇴 후 연금 등 사회보장급여 수급까지 소득 절벽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정년연장 사례를 들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60세가 정년이지만 2012년부터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 이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계속 고용 중 한 가지를 선택해 65세까지 사실상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라고. 일본은 2021년부터 70세까지 취업 확보 노력 의무화 제도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손 부족을 겪는 기업은 호응도가 높았고, 70% 이상이 퇴직 후 계약직 계속 고용을 선호했다는 결과를 보였다.

개발원은 지자체별, 직종별 우수 노인일자리 창출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민간을 중심으로 공기업, 정부, 지자체가 협업으로 만든 강원도의 ‘희망을 담는 공공빨래방’이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빨래 수거와 세탁, 배송 서비스를 한다. 이 과정에서 생필품과 상비약을 원가로 구매 및 배달하며 홀몸 노인 고독사 방지를 위한 안부확인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제주도 연안 위험구역에 배치된 ‘바다안전순찰대’는 도보 순찰이 불가능한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드론 자격증을 보유한 참여자가 순찰업무를 담당한다.

‘우리동네 ESG 센터’는 지역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참여자가 수거 및 분류, 세척해서 주민에게 돌려주는 자원순환센터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밖에도 승강기 안전교육을 이수한 시니어 인력을 활용해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시니어 승강기 안전단’, 공동주택의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정차 및 비상구 불법 적치물 계도 등을 하는 ‘시니어 소방안전 지원사업’, 어린이집 등 미래세대를 위한 수돗물 교육 및 수질검사를 하는 ‘맑은 물 지킴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노인일자리가 있다. 또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현대삼호중공업처럼 퇴직자를 안전관리 및 직무 멘토로 재고용해 시니어와 청년의 세대통합에 기여하는 시니어 인터십도 있다.

김 원장은 “노인일자리 예산 및 규모는 급증했지만 사업추진 지연과 부정수급 위험을 줄이는 등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노인일자리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탈빈곤, 비예산, 세대통합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7toy@heraldcorp.com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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