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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사각지대 ‘깜깜이’ 체험학습…통계도 없다
지난 8일 오전 온몸에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 A(12)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현관.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교육당국이 장기 교외체험 학습 신청 학생에 대한 통계 관리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 교외체험 학습 기간이 57일까지 늘면서 아동학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지난 7일 인천시 남동구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초등학교 5학년 A군은 미인정결석(무단결석) 이전에 교외체험학습을 이유로 57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사용일수가 일정기간 넘어가는 학생들을 별도로 관리해, 아동학대 위험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등은 교외체험학습 사용자에 대한 별도 통계 관리를 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교외체험학습 신청 및 승인 절차를 일선 학교에 위임해 교육 당국 차원에서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외체험학습은 보호자와 학생이 계획하고 학부모 동의 하에 학교 밖에서 실시하는 답사, 견학, 가족 행사등을 말한다. 학교에 나오지 않지만 출석으로 인정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법정 수업일수 10% 이하로 제한됐지만, 코로나19 이후 단계에 따라 최대 30%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인정되지 않던 ‘가정학습’도 2020년 교외체험학습 신청 이유에 포함됐다.

교외체험학습이 학대에 악용된 사례도 이미 있다. 지난 2021년 3월에도 가정학습, 교외체험학습을 이유로 한번도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부모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일선 교사들은 코로나19로 등교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된 상황에서도 50일 이상 교외체험학습을 사용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외체험학습이 오랫동안 가능해지면서 아동학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했다”며 “아동학대 ‘위험 징후’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사용일수가 30일 이상 넘어가는 학생수는 교육당국이 파악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시도교육청은 초등학교 예비소집 미참석 학생에 대해 학교,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소재가 확인될 때까지 파악을 진행한다. 실종 등 아동학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서울시 공립 초등학교 입학 예정생 중 예비소집에 불참하고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학생은 총 30명. 이 중 16명은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아동학대를 발견하려면 학생이 학교에 나오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교사가 관찰해야 한다. 교외체험학습을 많이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아동학대 예방과 맞지 않다”며 “특히 교외체험학습은 사전 신청을 거치기 때문에 담당 교사 개입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외체험학습 가능 일수를 30%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한 교육부 공고가 폐지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은 가능 일수를 줄이고 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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