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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중환자 진료 대기일 5년 새 70%↑...소아과 전공의는 갈수록 감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연령 가산 수가 2배↑·전공의 직접 지원

만 5∼11세 소아·아동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31일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어린이가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서 생후 3개월 된 아이에게 심정지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의 부모는 119 구조대에 연락해 응급실에 갔지만 제주도 내 병원을 통틀어 고작 3개뿐인 소아중환자실은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수소문 끝에 부모는 서울 삼성서울병원 소아중환자실에 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소방헬기에 아이를 태웠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아이는 골든타임을 넘긴 상태였다. 의료진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소아청소년 의료 체계 붕괴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정부·학계·의료계·정치권 등이 조속히 머리를 맞대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2일 전국 주요 국립대병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15곳의 소아청소년과 평균 진료 대기일 수는 2017년 9.7일에서 지난해 16.5일로 5년 새 약 70% 늘어났다. 소아진료 붕괴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현장에 있어야 할 의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생명이 위중한 아이들을 돌보는 소아중환자실은 더 위태롭다.

이런 현실은 미국과 일본 등의 다른 선진국과 달리 소아중환자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가 최근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국내 생후 1개월 이상∼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환자의 사망률은 58%로, 생후 1개월 미만 신생아 중환자의 사망률(42%)보다 16%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신생아 중환자의 대부분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것과 달리 소아청소년 중환자는 대부분이 성인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별도의 소아중환자실이 없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중환자의 사망률은 5.2%로 소아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의 사망률(3.7%)보다 40% 이상 높았다. 문제는 국내에 소아중환자실을 갖춘 병원이 13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교수와 전임의들이 하루건너 온콜(전화대기) 당직을 해야 할 정도의 열악한 근무 여건에 그나마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사기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소아중환자실 1.7병상당 전담 전문의 1명꼴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는 7.5개 병상을 전문의 1명이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를 3교대 근무로 환산하면 22.5명의 소아중환자를 1명이 진료하는 셈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몇 년째 바닥이다. 2023년도 전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소아청소년과는 208명 정원에 53명이 지원해 최종 지원율 25.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지원자 33명에서 20명이 추가로 지원했지만, 지난해 수준(28.1%)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련 병원 가운데서도 지원율 차이가 극심하다. 전체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64곳 가운데 전공의를 1명 이상 확보한 병원은 17곳뿐이다. 이중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제생병원, 삼성서울병원 5곳만 정원을 채웠다.

의료계는 저출산 시대에 소아 진료는 필수 중 필수인 만큼 정부가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정부에 연령 가산 수가를 2배로 올리고, 흉부외과처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공의를 대체할 전담 전문의 고용지원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은 “소아 진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에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내놨지만 아직은 제대로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목소리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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