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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노래자랑보다 더 형님” SK가 국내 최장수 프로 만드는 이유는 [비즈360]
오는 18일 ‘장학퀴즈’ 50주년 앞둬
선대회장의 뜻 따라 ‘인재보국’ 실천
“공익적 목표에만 집중…계속 후원”
‘장학퀴즈’가 첫 방영된 1973년 2월 18일 당시 방송 모습. [SK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만으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선율은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게 만들고 어떤 선율은 ‘별밤지기’ 목소리를 맴돌게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기상곡으로 흘러나온 하이든의 음악도 그렇다. 밝고 경쾌한 트럼펫의 울림은 어릴 적 가족과 둘러앉아 퀴즈를 함께 풀던 순간을 추억하게 한다. 놀라운 건 그 추억이 요즘 10, 20대에게도 통한다는 점이다. 클래식이 EDM(전자댄스음악)으로 장르는 바뀌었지만 분명 선율도, 퀴즈대결의 긴장감도 그대로다. 50년째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을 선물하고 있는 TV프로그램이 바로 ‘장학퀴즈’다. 오는 18일 장학퀴즈는 50주년을 맞는다.

올해 1월 방영된 ‘장학퀴즈 드림써클’ 전국최강자전 당시 방송 모습. [SK 제공]

장학퀴즈의 출발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집마다 TV가 있지도 않던 무려 흑백TV 시절 가난한 나라의 유일한 희망은 사람이었고 나라를 이끌 인재를 키우는 건 국가적 사명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나오는 퀴즈 프로그램의 성공을 예상한 이는 없었지만 그 의미를 알아본 SK(당시 선경그룹)는 후원을 과감히 결정했다. 인재를 키워 나라에 보답해야 한다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뜻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시청률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았다. 방송 프로그램에 단독 후원자가 등장한 건 장학퀴즈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1973년 2월 18월 장학퀴즈는 MBC에서 처음 방송을 탔다.

장학퀴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즐길 거리가 없던 시절 10대들의 문화이자 신드롬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진행된 스튜디오 녹화에는 전국의 고교생이 수천 명씩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학교의 이름을 건 자존심 대결이었고 주장원, 월장원, 기장원에 오르는 건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 이상의 명예였다. 주장원만 해도 교문에 플래카드가 걸렸다는 설이 있을 정도였다.

1996년 10월 MBC ‘장학퀴즈’ 종영 당시 방송 모습. [SK 제공]

장학퀴즈는 1996년 10월 시청률 저하로 폐지됐으나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이듬해인 1997년 1월부터 EBS에서 재개됐다고 SK는 설명했다.

SK는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인재양성 철학에 따라 장학금을 포함한 장학퀴즈 제작비 일체를 줄곧 후원하고 있다. 초창기 20년간 학생에게 지급된 장학금만 당시 금액으로 5억원,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된 금액은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포맷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장학퀴즈는 지금도 10대를 위한 퀴즈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는 KRI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TV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 장수 프로그램의 대명사인 ‘전국노래자랑’보다도 7살 많다.

‘장학퀴즈’ 40주년인 2013년 2월 당시 방송 모습. [SK 제공]
장학퀴즈는 2017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 [SK 제공]

장학퀴즈를 거쳐 간 학생은 2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학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배우 겸 연극연출가 송승환과 국회의원 김두관, 가수 김광진·김동률, 영화감독 이규형 등이 대표적이다. SK그룹에 입사해 한 식구가 된 임직원도 상당하다. 1981년에 결성된 장학퀴즈 출신자 모임 ‘수람’(收攬)도 현재 진행형이다.

SK가 50년간 장학퀴즈를 후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기업의 성장은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서 출발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말하자면 SK 인재경영의 시작이자 증인이다. 1974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한 것도 SK의 인재양성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SK 관계자는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심는다는 정신으로 장학퀴즈를 후원하고 있다. 인재양성이라는 공익적 목표에만 집중한 것이 50년간 장학퀴즈를 유지한 비결”이라며 “앞으로도 SK의 인재양성 대표 프로그램으로 계속해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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