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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굶주림에 생존자 2차재난...주차장·축구장 영안실로
대지진 현장 카흐라만마라슈 이모저모
사망 2만명 넘어 동일본 대지진보다 심각
골든타임 넘겨도 기적적 생환 ‘희망의 끈’
구호사각지대 시리아에 구호품 지각도착
튀르키예 엘비스탄의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로 어린아이가 썼던 것 같은 노트 쪽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AP]

규모 7.8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튀르키예 동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시내의 축구 경기장은 거대한 이재민 대피소로 바뀌었고, 체육관과 마을 소방서는 시신 안치소로 쓰이고 있다. 진앙지인 튀르키예 하이티 지역의 병원 밖 주차장은 시신으로 가득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강추위에 거리로 내몰린 생존자들이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한 채 전기와 통신까지 끊기면서 ‘2차 재난’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지진 발생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서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훌쩍 넘어섰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넘겨서도 생존자가 구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이 매몰돼 있어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영하의 날씨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시민을 구조해 업고 나오고 있다. [연합]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구조대원들이 16세 소년을 구출하고 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동료을 서로 안고 있다. [AFP]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지진발생 나흘만에 구조된 16세 소녀. [AFP]

다만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구조현장에서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방송 TRT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분 아디야만에서 6개월 아기가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82시간 만에 구조됐다. 이에 앞서 안타키아에선 2세 남자아이가 79시간 만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안탈리아 지역에서는 지진 발생 90시간 만에 구조된 10세 소녀 힐랄 살람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살람은 구조 직후 구조팀에 “우유를 달라”는 첫마디를 건냈다고 당국은 전했다.

뉴욕타임즈(NYT)는 하타이 지역의 병원 밖 주차장에 수백구의 시신이 널려 있는 모습을 전했다. 이들 시신 중 대부분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주민들은 시신을 싸고 있는 가방의 지퍼를 하나하나 열어보며 가족과 친지의 생사를 확인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집을 잃은 지진 생존자들은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권 날씨 속에서 자동차와 임시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이재민은 75만명을 넘겼다.

CNN은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 시에서는 집이 파괴되거나 심하게 파손된 많은 주민들이 공원의 이재민 캠프로 피난했다”고 전했다. 대장장이로 일하고 있는 시난 데미르는 “집을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캠프를 떠날지 알 수 없다”면서 “정부가 빨리 집 수리를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이들은 물과 식량 등도 부족해 2차 재난이 예상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여건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며 “수색·구조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육상 운송로 파괴로 고립됐던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는 이날 도움의 손길이 처음 닿았다. 로이터·AFP 통신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구호의 손길이 너무 늦었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반군 점령 지역에서 활동하는 구호 단체 ‘하얀 헬멧’의 모하메드 알 시블리는 “국제 구호팀이 지진 발생 하루 이틀 만에 시리아에 들어왔다면 폐허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터키와 시리아 북부 반군 점령 지역 사이에 유일한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인 밥 알 하와 외에 추가로 국경을 개방해 원조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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