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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상공인은 왜 본인 신용점수를 깎을까
저신용자 2%, 중신용자 5%대
정책대출 금리 엇박자 논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거리에서 시민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

코로나19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대출 지원 정책이 공개된 가운데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중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 대출의 금리가 저신용자 전용상품에 비해 3%포인트가량 높게 책정되면서 ‘역차별’ 논란이 들끓는다. 일각에서는 신용점수를 깎아 저금리의 저신용 대출을 실행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특례보증정책을 내놨다. 대상은 개인신용평점(NICE 기준) 710~839점의 중신용자다.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대출에 신용보증재단이 95%의 보증을 지원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자영업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신용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시행된 저신용 소상공인 정책에 비해 금리 수준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중신용 특례보증에서 책정하는 금리는 상환 방식에 따라 CD금리(91일)에 1.5~1.8%를 가산해 적용된다. 이날 기준으로는 4.97~5.27% 수준이다.

반면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한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의 금리는 연 2.0%다. 해당 상품의 지원 대상은 개인신용평점 744점 이하(구 6등급 이하, NICE 기준)의 소상공인이며, 중신용 특례보증과 마찬가지로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된다. 심지어 은행을 거치지 않는 ‘직접 대출’ 형식의 지원인 만큼 대출 실행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정부는 애초 중신용 특례보증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중은행 신용대출에 비해 1~2%포인트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신용대책을 기다리던 소상공인은 신용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까다로운 대출 과정과 함께 3%에 달하는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37) 씨는 “신용점수 800대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중신용자 대책을 기다렸는데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신청을 주저하고 있다”며 “700점대 저신용자가 최고라는 말도 나온다. 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신용점수를 유지해온 이들에게 더 큰 혜택을 줘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나”고 토로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거치며 부채가 쌓인 자영업자에게는 중신용 특례보증을 위한 보증서 발급마저 쉽지 않다. 신용보증재단에서 기대출이나 보증 내용 등의 조건을 까다롭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보증비율이 100%가 아닌 95%인 탓에 보증서가 발급되더라도 은행서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증서 발급 기준과 은행의 대출심사 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며 “내부 기준을 공개하기는 힘들지만 과다한 기대출 등에 따라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라도 신용점수를 낮춰 2% 금리의 저신용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을 받겠다는 소상공인도 적지 않다. 중신용 특례보증 정책이 발표된 이후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점수를 낮추기 위한 노하우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현재 신용점수가 779점인데 신용점수를 낮추려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중 어떤 것이 효과적이냐’는 문의글에는 방법을 추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둘 다 받으니 신용점수가 크게 깎였다”는 등의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업력 기준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저금리 저신용 대출 지원사업이 ‘업력 7년’을 넘는 소상공인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다. 실제 업력 7년 초과 소상공인은 부채비율 700% 초과, 매출액 대비 총차입금 100% 초과 등 조건에 해당하면 2%의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업력 7년 이하 소상공인은 해당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신용 대출을 받기 위해 스스로 신용점수를 깎아내린다는 건 그만큼 정부의 선별 기준에서 소외된 이들에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정책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사례를 바탕으로 선별 기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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