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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138곳 리모델링 추진단지 “상대적 박탈감”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 리모델링 매력 뚝
집값하락·공사비 인상 등 수익성 악화도 원인
10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현대 1차아파트 리모델링 시공 현장 모습.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각종 재건축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며 시공비 갈등이 리모델링사업지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현대1차의 리모델링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3.3㎡당 80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 인상액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세준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시공비 증액 여파가 까다로운 재건축 규제를 피하는 대체재로 주목받던 리모델링사업을 뒤흔들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분양시장 침체에 공사비 인상까지 겹치자 리모델링 사업의 매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연이어 나오는 데 반해 리모델링 관련 정책적 개선은 미미해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조합설립 완료 또는 조합설립총회를 마치고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있는 단지 기준)는 지난달 기준 138곳, 11만 2144가구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131곳)보다 7곳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리모델링 시장은 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며 관심을 받아 왔다. 재건축과 비교해 보다 빠른 사업 속도를 내는 리모델링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기준 94곳이던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6개월 만에 131곳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잇달아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증가 속도는 급격히 줄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하자 리모델링 조합 사이에서는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법은 일산·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택지지구와 지방 노후 도시에 대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인 30년보다 짧은 20년을 특별법 적용 기준으로 삼아 도시가 노후화하기 이전에 체계적 재정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300%에 가까운 용적률 탓에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던 조합은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겠다고 하자 리모델링조합 해산 얘기까지 들린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한 리모델링조합장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단순 비교하면 어떤 단지라도 재건축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높은 규제장벽 탓에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재건축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니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리모델링조합 설립 동의서를 한창 접수 중인 추진위원회 관계자도 “동의서를 내려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대책이 발표되자 지켜보겠다는 분들이 있다”며 “이대로면 기다려서라도 사업의 방향을 재건축으로 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물론 국토부의 7일 발표에는 리모델링 때 늘릴 수 있는 가구 수를 현행 15%보다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늘어나는 세대 수의 범위는 앞으로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데 국토부는 2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다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용적률은 300%를 500%로 늘린다고 하면서 리모델링은 현행 15% 가구 증가를 5%가량 늘리겠다고 한다”면서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만 아니라 현실성 있는 대안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오르면서 단지 주민의 분담금 증가 우려가 커지고,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하면서 리모델링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의 상황도 리모델링의 매력을 크게 낮추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주민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더 커야 의지가 생기는 건데 인건비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고 집값은 떨어지는 추세이니 사업이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리모델링 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 중인 용산구 이촌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자잿값이 너무 오르고 추가분담금도 예전보다 많아지는 상황이라 한강대우아파트뿐만 아니라 이촌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사업이 보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촌동 소재 리모델링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강화되기 이전인 1~2년 전과 비교하면 주민이 소극적인 상황이긴 하다”며 “리모델링을 반대하거나 동의했더라도 사업 추진을 주저하는 이들은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 같다. 주민에게 ‘2년 전 분담금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영상·신혜원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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