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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집권’ 에르도안, 리더십 시험대
발빠른 피해 수습·인프라 재건에 사활
피해지역 ‘건설붐’ 주도 집권연장 ‘발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앙카라의 재난위기관리청(AFAD)에서 남동부를 강타한 강진 피해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피해 최소화를 당부하고 있다. [로이터]

튀르키예의 강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오는 5월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대통령의 위기 대응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80년만의 최악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빠르게 수습하고, 인프라 재건을 어떻게 이끌지가 그의 장기 집권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운명이 걸린 이번 지진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에르도안은 평소보다 빠르고 공개적으로 위기에 개입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신속하고 결정적 대응이 자신의 앞날을 결정할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둘러 지진 대응에 나서면서 20년 집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기 대응 전문가’로서 존재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지진 대응에 나섬으로써 오히려 이번 위기를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반전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 관련 기관의 비상 근무를 지시하는 한편 텔레그램을 통해 “가능한 빨리 최소한의 피해로 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 지원 요청을 위한 최고 단계인 4단계 경보를 서둘러 발령한 덕분에 세계 각국의 구호 지원도 빠르게 어이지고 있다.

또한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피해 10개 주에 3개월간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피해 지역에 5만명이 넘는 구호 인력과 53억달러(약 6조7000억원)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라시아그룹은 “에르도안은 위기에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했다”면서 “정부가 이 같은 모멘텀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오는 5월 선거에서도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 지역에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데다, 야권이 부족한 구조 인력과 지원과 지진 예방 조치 미흡 등을 비판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진 피해가 큰 하타이 지역의 한 주민은 “건물 붕괴 현장에 있었지만 구조대는 볼 수 없었다”면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파내려했다. 몇 시간 동안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우구르 포이라즈 중도보수 성향의 좋은당(IYI) 사무총장은 심각한 피해지역을 둘러봤으나 긴급 구조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 1999년 서부 이즈미트 대지진 이후 지진세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진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진 피해가 집중된 지역들이 지난 20년간 에르도안 대통령 주도의 강력한 ‘건설붐’이 이뤄진 지역이라는 점도 집권 연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기간동안 지어진 건물들이 입은 피해 규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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