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에 ‘협회 의무 가입·지도 권한’ 담겨
업계 내 이권 다툼 속 플랫폼 규제 우려도
쟁점 수두룩해 논의 급물살 쉽지 않을 듯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상가 공인중개소 앞에 급매물 상담과 관련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 ‘제2의 타다 금지법’ 우려를 모으며 국회서 계류 중인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재논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빌라왕’ 등 전세 사기 단속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일탈 중개사’를 조사할 권한도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대책 발표를 앞두고 협회 관계자 등과 연 간담회에서 협회 측은 일탈 중개사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협회에 악질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고가 쏟아져도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해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해당 개정안은 협회의 법정단체화, 개업 공인중개사의 의무 가입뿐만 아니라 협회가 회원의 지도·감독할 수 있는 규정 신설이 핵심이다. 즉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차리는 중개업자는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협회가 건전한 시장 질서를 명목으로 감독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공인중개사에 전세 사기 방지의 핵심 역할을 맡긴 상황에서, 입법 취지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전세 사기 대책에서 공인중개사가 전세 계약 시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협회는 끊이지 않는 불법 중개행위 신고 접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임대차 사기 단속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데, 담당 공무원 인력은 1~3명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월 29일 강서구 화곡동 한 중개사무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협회 관계자는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싶어도 기능이 없어 국민들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 있다”며 “민생 현안인데도 불구,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마음이 급하다. 빌라왕 사태가 터지고 문제가 되니까 이제서야 그 법안에 대해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해당 법안 발의 당시, 협회와 프롭테크(부동산+IT) 업체가 이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부동산판 타다 금지법’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협회는 실제로 그동안 직방, 다원중개, 집토스 등 여러 프롭테크 업체를 연달아 고소·고발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협회가 조사 권한을 쥐게 되면 플랫폼 규제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명분으로 업계를 단속하면 결국 신산업 죽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서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도 ‘특정 협회가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갖는 경우 구성 사업자들의 사업 활동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이에 협회 측은 프롭테크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생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업계 간 이권 다툼 외에도 법적 쟁점이 얽혀 있어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비판, 관련 업계의 반대 등으로 국회에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규정한 건축사법 개정안도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인데, 결과에 따라 다른 단체의 의무가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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