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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때 은퇴하는데…” 무임승차 ‘70세’ 상향 논의에 노인들 ‘한숨’
무임승차 70세 상향 논의에 노인들 한숨
이발하러 종로, 병원은 청량리까지 “이제 어떡하나”
지하철 택배 종사 노인들도 걱정
전문가 “노인 빈곤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6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무인승차권을 발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대구시가 불을 지핀 노인 무임승차 연령 기준 상향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일각에선 빈곤 노인 문제까지 고려해 소득별 차등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오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만난 이들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상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인상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생활비 타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현재 지하철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 1250원으로, 지하철 적자가 쌓이면서 서울시는 올해 400원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최모(63)씨는 “아무리 적자가 크다지만 은퇴 나이는 50대인데 가난한 노인들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모(62)씨 역시 “앞으로 더욱 자식들 용돈에 의지를 하게 될 텐데 무임승차를 못 타게 되면 이동을 아무래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종로3가역 승차권 발급 기기에선 무임승차권을 발급하는 이들을 적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북구에 거주하고 있지만, 다른 동네보다 저렴한 이발소 가격 때문에 이곳까지 왔다는 홍모(68)씨는 “동네에 경사로가 많아 산책하러도 이 동네에 자주 오고, 치료 받으러는 청량리로 간다”며 “지하철이 있어야 이리저리 이동을 하는데 무임승차를 못하게 된다면 이제 어떻게 할지 당연히 걱정이 된다”고 했다.

무임승차 연령 기준 상한 논의를 가장 먼저 띄운 대구시는 현행 만 65세부터인 무임승차 연령을 만 70세로 일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차등 혹은 단계적 적용 등 구체적 방안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의 한 지하철택배 업체 사무실에서 노인들이 대기하고 있다./박혜원 기자

‘지하철 택배’에 종사해온 노인들의 우려도 크다. 지하철을 통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일자리는 무임승차권을 활용할 수 있는 노인들이 퇴직 후에 주로 활용해왔다.

종로구의 한 지하철택배 업체에서 만난 임모(69)씨는 “집에만 있다보니 무기력하고 손주들 용돈 주기조차 어려워서 이 일자리를 찾았다”며 “오늘만 해도 천안까지 다녀왔는데 무임승차권을 못 쓰면 일을 하나마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기관사로 일하다 정년 퇴직한 후 3년째 지하철 택배를 해오고 있다. 이모(68)씨 역시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까지 5군데 정도 배송을 하고, 2만보 정도 걸으니 건강관리를 위한 것도 있다”며 “무임승차를 못해 갑자기 택배를 그만두게 된다면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해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를 고려해 무임승차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인한 재정 적자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 제도 개편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노인빈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며 “소득별 차등적용이든, 할인율 조정이든 여러 방식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임승차 연령 기준 개편 논의는 대구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최근 대구시가 지하철 무상 이용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시도 기재부의 무임승차 손실 지원과 대중교통 요금 시스템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지하철 요금체계와 손실보전은 모두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자, 서울시가 다시 무임승차는 노인복지법에 따른 강행 규정이라 손실 역시 중앙정부가 져야 한다고 반박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는 지하철 적자 보전을 위한 공익서비스손실보전(PSO)을 요구해왔으나 기재부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당기순손실 9644억원 중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은 2784억원으로, 전체의 약 30% 수준이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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