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모습 [OCI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태양광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셀(태양전지)과 모듈(패널)을 만드는 한화솔루션은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폴리실리콘 평균가격은 ㎏당 18.68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2.60달러) 대비 40% 이상 내렸다. 중국 업체의 대규모 공장 증설로 물량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폴리실리콘 최고가가 38.3달러 선에서 형성될 정도로 비중국산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지만 전 세계 생산량이 80% 이상 중국에서 나오는 만큼 전반적인 가격은 하락하는 모양새다.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가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선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해왔는데 예상보다도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는 올해 태양광 신규 증설 규모를 106만t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024년에도 59만t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실리콘 평균가격 추이 [자료=업계]

폴리실리콘 [OCI 제공]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한화솔루션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폴리실리콘으로 만드는 웨이퍼를 수입해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만큼 원가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30% 하락할 때 웨이퍼 가격은 10~20% 줄어든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간 이어진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으로 장기간 영업 손실을 내왔지만 공급 확대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재생에너지 분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선 작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DB금융투자는 한화솔루션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 가량 늘어난 1조360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증익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미시장에서의 태양광 사업 확장 움직임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초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태양광 관련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향 안정화가 시차를 두고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추진 등도 긍정적인 요소”이라고 전했다.

한화솔루션이 건설한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 [한화솔루션 제공]

반면 OCI엔 악재다. OCI는 2018년 말부터 이어진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에 2020년까지 약 2년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비중국산 프리미엄 등이 작용하더라도 가격 급락에 따른 단기적인 실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가에선 OCI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800억원에서 7726억원으로 28.5% 낮췄다. 증설 물량으로 인한 중국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가격 안정화에 따른 수급 불균형 해소가 기대되는 데다 중국산 대비 105% 가량 높은 비중국산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 수력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 등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OCI는 보고 있다.

OCI 관계자는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점차 중국산과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의 가격도 따로 형성되는 추세”라며 “저탄소 생산 방식을 따르고 있는 데다 인권·노동 관련 이슈가 있는 중국 신장산이 아니다 보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도 수요가 충분해 가격이 안정화되더라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