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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띠 졸라맨 日 젊은이…세계 최고 설(雪)질 스키장엔 외국인만
기록적 폭설, 파우더처럼 보송한 눈으로 뒤덮인 슬로프
그러나 일본인은 없고, 호주·홍콩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고령화로 일본 스키 인구 지속 감소…청년층은 경제 여력 없어
WSJ, “일본 특유 정취 사라지고 몰디브처럼 부자 관광지 될 듯”
일본 훗카이도 지방 스키 슬로프에 ‘파우더 스노우’로 불리는 폭신한 눈이 쌓여있다.[키로로 리조트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보송하고 폭신한 설(雪)질로 전세계 스키어들의 사랑을 받는 일본 스키장이 정작 일본 내수 수요는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가 사실상 끝나면서 일본 스키 슬로프가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스키장 눈은 일명 자포우(Japow· Japan Powder)로 불릴 정도로 뛰어날 설질을 자랑한다.

문제는 스키장에 몰린 인파가 온통 호주, 홍콩 등에서 관광 온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WSJ는 “1998년 스키가 국민 스포츠로 전성기를 누렸을 때와 비교해 일본 국내 스키 인구가 75%가 줄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기 직전, 일본의 대형 스키 리조트들은 장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훗카이도의 유명한 스키리조트인 루스츠는 현대식의 화려한 시설에 더해 올해 ‘눈폭탄’까지 맞으면서 최적의 상태로 거듭났다. 이상기후로 눈이 녹아버린 유럽의 알프스 산맥 스키장들과 매우 비교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일본 인구의 단 3%만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긴다고 말해, 1998년 인구의 14%가 즐겼던 때와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또, 규모가 작은 스키장의 경우는 업계에서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스키와 같은 겨울 스포츠는 값비싼 취미다. 많은 일본인이 도쿄 등 남쪽 지방에 사는데, 스키장이 있는 훗카이도 등 북쪽 지방까지 가는데 드는 교통비는 기본이며, 숙박비도 필수로 들고, 개인 장비 및 스키장 리프트 이용료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여기에 일본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기존 스키 인구가 줄어드는데, 새로 유입되어야 할 청년층에게는 진입장벽이 너무나 높게 세워졌다. 지난해부터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갑을 굳게 닫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지갑을 ‘거덜내는’ 스키 같은 취미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고물가 영향으로 일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물가상승을 반영한 임금)이 위축됐다.[게티이미지]

결국, 스키장들은 가격을 계속 올리고, 이에 따라 내수 수요는 사라지고 돈 많은 관광객들만 몰리는 순환구조가 자리잡게 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작은 빌리지 규모의 스키장이 사라지고, 거대 리조트로 돈이 몰리며, 일본의 스키장은 기존의 정취를 잃고 몰디브의 초호화 호텔처럼 대부호들의 관광지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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