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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 이하라더니 22살?”…카메룬 축구대표팀 뒤흔든 연령 스캔들
네이션스컵 U-17 대표팀 30명 중 21명 연령 자격 탈락
다시 뽑은 11명도 테스트 실패…출생증명서보다 나이 많아
사무엘 에투, 오랜 악습 끊기 위해 MRI 촬영 테스트 도입
축구는 가난 탈출구…오래 뛰기 위해 나이 속여
카메룬 소년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카메룬 축구 대표팀이 오랜 악습이었던 나이 속이기를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BBC스포츠에 따르면 카메룬은 지난 15일 콩고 공화국을 2대 0으로 꺾고 2023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U-17 토너먼트 예선을 마쳤지만 팀 내부는 혼란스러웠다.

처음 선발된 대표팀 30명 중 21명이 뼈 나이를 측정하기 위한 자기공명장치(MRI) 촬영 후 17세 미만의 연령 자격 테스트에 실패하며 실격 처리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스쿼드에 다시 포함된 11명도 테스트에 실패해 예선에서 뛰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엘 에투 카메룬 축구협회장 [게티이미지]

이같은 사태는 카메룬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사무엘 에투 카메룬 축구협회장이 아프리카 축구계의 오랜 이슈인 연령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출생 증명서 대신 MRI 촬영을 통해 연령별 대표팀의 실제 나이를 확인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생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한 엘링 홀란드를 대체할 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유수파 무코코도 당초 알려진 18세가 아닌 22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에 입양된 무코코의 이름으로 2000년생 출생 증명서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무코코가 달성한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출전과 득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 등이 사실상 사기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연령 사기는 몇몇 선수의 개인적 일탈이기보다 열악한 경제환경에서 축구로 성공한 소수에 의존하는 아프리카의 구조적 문제라는 평가다.

카메룬 언론인 지오바니 와네는 CNN에 “이 선수들은 대부분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축구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더 오랜 기간 뛰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나이를 줄이려는 유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축구계에서 나이를 속이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브라질의 카를로스 알베르투는 20세 미만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 2003년 FIFA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25세의 실제 나이로 우승했다. 그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나이를 속였다”고 인정했다.

현재 마르세유에서 뛰고 있는 콩고 민주공화국 수비수 샹셀 음벰바는 서로 다른 4개의 생일이 적힌 출생 신고서를 이적 때마다 소속팀에 제출했다.

피터 알레기 아프리카 역사학자는 “대부분의 연령부정행위는 의도적이며 해외 이적 계약을 따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코치와 채용담당자부터 가족과 선수 자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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