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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진의 남산공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적응

지난해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기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70%가 승리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이 계속돼야 한다고 대답했고, 90% 이상의 국민이 크림반도를 포함한 영토 회복을 승리로 간주한다는 응답을 내놨다. 이런 여론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점유지역 모두를 회복할 때까지 휴전하지는 않을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 역시 점령지를 법적으로 합병하며 철수 가능성을 봉쇄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양상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내전부터로 본다. 이 당시 군사력과 비군사적 수단을 혼합해 전쟁 이전과 이후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방식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사이버공격과 가짜뉴스 정보전 위협, 친러 민병대와 섞여 국적 없는 군복을 입은 러시아의 리틀 그린병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상당한 영토를 뺏겼다. 우크라이나는 이 과정에서 사이버전·정보전·대반란전 능력의 필요를 인식했다. 하이브리드전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곧 미국의 지원 속에 나토 표준을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인 훈련과 함께 군 구조개선·예비전력 증강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쟁을 재래식 전쟁까지 확대시켜 수도 키이우 점거와 정권교체를 시도했다. 우크라이나는 키이우를 지키며 서방의 지원이 본격화되기까지 러시아의 재래식 침공으로부터 생존해야만 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하이브리드전쟁에 적응했듯이 이번에는 민족주의 여론에 기반을 둔 정보전을 전개하며 러시아를 능가하는 신속한 병력 동원으로 적응해나갔다.

우크라이나는 사이버전과 정보전에서 뒤지지 않았다. 국제여론전에서도 러시아에 앞섰다. 병사들의 사기는 오히려 러시아보다 높다. 여기에 돈바스 내전을 경험한 우크라이나 동원 병사들은 나토 표준방식으로 훈련받고 체계적인 지휘 통제를 받으며, 합동작전의 결함을 드러내고 있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부터 키이우 정부를 지킬 수 있었다.

러시아가 인프라시설 전략폭격과 돈바스 영토 확장으로 목표를 전환하자 우크라이나는 종심방어로 러시아군의 병력과 무기를 소모시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활용해 영토회복을 위한 반격까지 성공시키는 적응력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는 하이브리드전쟁·키이우 정권 직접 위협·돈바스 영토쟁탈이라는 단계 변화마다 대반란전·정보전·인력동원과 리더십 측면에서 성과를 보이며 러시아의 위협에 적응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장기전으로의 변화했다. 우크라이나는 훈련과 경험을 갖춘 병력의 고갈이라는 상황에서 신규 병력 충원과 훈련경쟁이라는 또 한 번의 적응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군사과학기술이나 무기의 우세 외에도 국내외로부터의 지지와 인력의 훈련과 동기부여를 달성하는 적응 능력으로부터도 영향받는 중이다. 오늘날 본격적으로 국방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눈여겨 살필 부분이기도 하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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