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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신기술로 여는 핵융합 에너지 세상

필자는 SF영화를 좋아한다. SF영화는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있을법한 것을 상상케 해준다. 10여년 전의 영화 속 상상은 어떻게 됐을까? 디지털 공간에 물체의 형상을 쌍둥이처럼 표현하는 디지털 트윈기술은 더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 중이다. 핵융합 분야의 예를 살펴보자.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지역에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국제 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조립에 디지털 트윈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ITER는 인류가 만들어본 그 어떤 실험장치보다도 더 크고 복잡하다. 100만개 이상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되는 ITER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퍼즐이라 할 수 있다. 3차원 형상을 시간에 따른 순서까지 고민하며 조립해야 하니 4차원 퍼즐에 해당한다. 또한 장치를 끼웠다 뺐다 할 수 없고 용접을 해야 한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디지털 트윈기술은 이런 복잡한 ITER 조립을 설계데이터를 활용해 3차원 가상공간에서 미리 연습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설계의 정합성을 검증하고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는 필수적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현실의 디지털 트윈기술은 빠르게 진화 중이다. 형상을 넘어 물체의 기능을 모사하고 가상실험을 할 수 있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 연구장치 KSTAR를 디지털 가상공간에구현하는 것이 한 예다. KSTAR의 형상과 기능, 즉 핵융합 실험 과정을 그대로 본뜨는 버추얼(Virtual) KSTAR 개발이 진행 중이다. 설계데이터를 활용해 KSTAR 형상을 디지털공간에 표현하는 작업은 이미 완료됐다. 실제 KSTAR 운전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가상 핵융합실험을 할 수 있는 기능 구현이 한창이다. 슈퍼컴퓨터가 예측하는 핵융합 플라즈마의 상태가 KSTAR 장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적의 플라즈마 발생과 유지를 위해 가열장치는 어떻게 운전할 것인지 등 버추얼 KSTAR는 실제 실험에 앞서 KSTAR의 운전조건을 가상공간에서 미리 시험해보고 최적화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최근 개봉해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아바타 2’에서도 미래에 실현될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다. 그중 멀리 떨어진 물체 혹은 생명체에 내 생각을 투영해 움직이는 아바타라는 개념은 메타버스기술을 통해 이미 부분적으로 현실이 됐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로 구현된 가상인간이 디지털공간에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 트윈기술이 물체에 중심에 둔 개념이라면 메타버스는 이를 인간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포함해 넓힐 수 있는 기술의 확장인 셈이다. 미래 핵융합발전소는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를 융합한 기술을 통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아바타로 구현된 가상인간과 소통하며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핵융합발전소를 운전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제 핵융합발전소에서 원격 운전되는 로봇과 설비를 통해 실현된다. 영화 ‘아이언맨’과 ‘아바타’에서 상상한 것들이 핵융합발전소로 현실이 되고, 인류가 마주한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는 미래를 기대한다.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통합시뮬레이션연구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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