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여부 따라 반도체株 전체 영향
오는 31일 실적발표 컨콜에 눈길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결정에 따라 반도체 업계 ‘경쟁 과열’ 양상은 물론 전체 관련주의 주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세계 주요 반도체 업계는 생산 및 투자 감소에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감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우회하면서 감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나홀로’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지난해 10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라고 밝힌 데 이어,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2023’ 기자 간담회에서 “시설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잠정실적 어닝쇼크에도 감산 및 투자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수호를 위해 감산에 나선 경쟁사들과 비교된다. 미국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 플래시 웨이퍼의 투입을 20% 줄였고, 설비투자도 삭감했다. SK하이닉스는 저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했고,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절반 이상 줄일 계획이다.
감산은 폭락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잡는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은 최대 18%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재고가 산더미같이 쌓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급을 줄여 가격 폭락 폭을 줄여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업계는 삼성전자의 “감산 없다”는 기조를 일종의 치킨게임(경쟁 심화)으로 풀이했다. 반도체 한파라는 위기에서 출혈을 각오해서라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오면서 업계의 감산 기대감이 커졌다. 삼성전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반도체 업종 주가 전반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감산 가능성 증가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통상 설비투자(CAPEX) 감소로 생산량과 재고가 줄어들면,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회복 사이클이다. 이번 어닝 쇼크가 반도체 주가 반등 시그널로 해석되는 이유다. 실제로 4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 주가는 단 2거래일 만에 ‘6만전자’를 회복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업황을 공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도 간만에 반등했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감산이 불투명해지면 반도체주 전체에 급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오는 31일 진행될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감산 여부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