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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사라는데…개미들 "돈없어 물타기도 어렵다" [투자360]
투자자예탁금 44조원대 감소, 예·적금 이동
신용공여 이자율 10% 돌파…‘빚투’ 어려워
연초 이후 삼성전자 9%대 상승, 개인 순매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 직장인 A씨는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물타기’를 주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들려오지만 주식을 추가 매수할 여유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크게 올라 최근 가입한 예·적금으로 갈아탔으며, 예전처럼 빚을 내 투자하기에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10%를 넘어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매수를 주저하는 사이 손실을 회복할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고민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감산·설비투자 축소와 이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 기대로 연초 이후 상승세를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비중 확대’ 조언이 나오고 있지만 개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족족 삼성전자를 내다팔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30% 가까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16조707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평균 매수단가를 줄여왔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개인투자자의 이탈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적금으로 이미 투자자금이 대거 이동했고 신용공여 이자율 증가로 ‘빚투’도 어려워지면서 더는 주식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44조1480억원(6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투자자 예탁금이 4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투자자 예탁금은 70조원을 상회했으나 증시 불황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증시 자금은 지속해서 이탈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을 의미한다. 언제든 주식투자에 활용될 수 있어 투자열기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개인투자자는 지지부진한 증시 대신 높은 금리가 보장된 예·적금으로 자금을 계속해서 옮기고 있다.

대출금리 역시 상승하면서 ‘빚투’를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이자율은 10%를 상회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31~90일 신용거래융자에 대해 10.05%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고, 삼성증권의 91~120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1%다.

개인투자자가 주로 이용하는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더 높게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빚투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계속해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공여 잔액은 6일 15조8883억원으로, 2020년 8월 수준까지 하락했다.

개미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투자 방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은 주식을 1조9559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1조8588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개인 순매도 종목 1위와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에 각각 올랐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6850억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624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이후 9.4% 상승했다. 종가 기준 '6만 전자'를 돌파한 9일에도 개인은 3420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840억원, 1570억원 순매수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적 부진으로 감산과 투자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하반기 이후 감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실적 악화가 오히려 주가 바닥의 근접성을 시사해줄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어닝쇼크를 경험할 때 주가가 바닥을 통과하고 장기 상승 추세를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닝쇼크는 반도체 업황 센티멘트의 바닥 통과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유사성을 보이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최근 하락 추세 일단락 조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년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연간 적자가 전망되는 가운데 공급 업체들의 생산 조절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로 낮은 수요로 인해 경쟁사에서도 유례없는 생산능력 축소가 언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업황 악화를 반영해 PBR(주가순자산비율)는 밴드 하단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현재 시점은 주가의 선행성을 고려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매수시점으로 올해 1분기를 꼽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20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재고 정점을 기록한 시점의 직전 분기부터 주가 반등이 시작됐고, 재고 정점 후 9개월간 25∼80%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다”며 “1분기부터 주가 반등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업체들의 주가는 실적 개선을 6개월 정도 선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는 분명한 매수 구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는 추세적인 상승 전환이 어렵다”면서 “현시점 적극 매수보다 이후 조정 발생 시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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