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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물 대우가 달라졌다”…35억 외화채권 흥행 수출입은행, '그린본드'도 더 찍는다
“한국물 분위기 달라져”
연내 ESG채권 20억달러 발행 목표
멕시코 페소, 뉴질랜드 달러 등 통화 다양화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흥국생명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한국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5억 달러의 ‘블루본드’ 발행에 성공한 수출입은행은 연내 ‘그린본드’ 추가 발행도 무난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은 오는 2030년까지 200억달러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찬밥 신세 한국물에 주문 몰려

수은은 지난 4일 3년 만기 10억달러, 5년 만기 15억달러, 10년 만기 10억달러 등 전체 3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연초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

특히 10년물은 확보한 자금을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에 민감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블루본드 형태로 발행됐다. 블루본드란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 용도를 친환경선박 건조, 해양재생에너지 등 해양생태계 친화적 사업에 한정시키는 특수목적채권을 말한다. 수은은 블루본드 발행을 위해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외부검토의견을 받아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조달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최종 발행금리는 각 만기별로 최초 제시금리 대비 35베이시스포인트(bp)씩 줄어들면서 신규발행 프리미엄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발행금리 또한 수은채 유통금리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전일 미국 시장의 발행물들이 13bp 이상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에 비하면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됐다. 3년물은 동일 만기 미 국채 대비 85bp, 5년물은 미 국채 대비 120bp, 10년물은 145bp를 가산한 수준이었다.

수은이 연초 발행한 외화채는 전체 주문건수도 역대 최대규모인 1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대형은행 및 운용사를 포함한 여러 기관들로부터 수요가 쏟아진 영향이다. 투자자 구성을 보면 지역별로 아시아(37%), 유럽·중동(32%), 미국(31%) 순이었고, 기관별로는 연기금·보험사·운용사(46%), 은행(29%), 국제기구·중앙은행(25%) 등이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번복 이슈, 자금 경색 이슈 등이 한국물에 대한 투심위축을 불러왔던 것과 대조된다. 당시만해도 일부 국내은행은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주거나, 수요 불발로 발행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수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으로 높은 신용도를 인정받았지만, 이번 발행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질의를 많이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지난해 말부터 한국물 발행 위축으로 억눌린 수요가 한번에 몰린 ‘펜트업 디맨드(pent-up demand)’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수은, 그린본드도 더 찍는다

새해 연초 수은의 외화채 흥행은 향후 한국물 시장에 대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포스코, SK하이닉스 등이 외화채 시장을 노크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올해 20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발행된 16억2400만달러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은은 이중 10억달러는 그린본드로 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본드는 발행자금을 환경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녹색산업과 관련해서만 사용하도록 자금 사용처를 제한한 채권을 말한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수은은 최근 완화된 한국물에 대한 투심을 고려할 때 향후 그린본드 발행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은 또 이번 흥행에 힘입어 외화채의 통화 다변화도 꾀할 전망이다. 지난 2~3년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프리미엄이 높아졌지만,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다양한 통화 매력도도 올라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유력하게 주목하는 통화는 멕시코 페소, 뉴질랜드달러 등이다. 이미 과거에 여러차례 조달 경험이 있는만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시기를 타진하면 무리없이 조달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사정에 밝은 윤희성 행장 또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중이다.

수은 관계자는 “올해 기업 경기 악화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 변화를 다각도로 활용해 조달방식이나 조달처를 다양하게 꾸릴 것”이라며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ESG 채권 발행도 흔들림없이 해가겠다”고 덧붙였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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