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안보 문제에 멈춰버린 시장 논리…에너지 자유 무역 시대의 ‘종언’ [에너지 신냉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기존의 전통적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전면에 대두되고, 이에 따라 정부들이 자국의 안보 수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다.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는 더 이상 시장논리가 아닌 지정학적 경쟁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최근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산 원유를 일정 가격 이상으로 거래를 금지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미 매체 복스(vox)는 이를 “가장 극적이고 전례없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천연가스를 ‘무기화’한 러시아를 필두로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특정 국가에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기존 거래를 파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시스템과 규칙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이다. G7과 EU, 호주 등 27개국은 지난해 12월 초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액을 배럴당 60달러로 설정키로 합의했다. 유가 상한제에 따라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는 금지 된다. 원유 수출을 통한 러시아의 이익을 제한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군사지원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이 조치의 핵심이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자유무역의 원칙이 무너진 사건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반 세기동안 석유와 천연가스는 시장 논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했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것을 갑자기 끝내 버렸다”고 했다.

서방이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세계는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정학적 지형을 만들어냈다. 구매력을 앞세운 미국과 유럽,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와 터키, 베트남, 그리고 이 틈을 파고든 중동 산유국들으로 나뉘며 자유 무역 시대 종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WSJ는 “냉전 이후 세계가 목격한 것보다 에너지 시장은 더 작은 지역으로 분열되고, 자유롭게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확보에 열을 올리는 동안, 산유국들은 가격과 공급 모두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포린폴리시는 “과거에는 에너지 시장에서 정부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장이 에너지 위기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면서 “세계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인정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새로운 에너지 무역 지도는 무역의 보증인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시험대에 올려놨다”면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그리고 다른 개발도상국도 달러가 아닌 통과로 결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